그렇다고 '김 부장 이야기'가 중년의 이야기만을 담아낸 건 아니다. 반짝이던 20대 MZ사원 권송희가 있었다. 류승룡이 연기한 '김부장' 김낙수가 이끄는 대기업 ACT 영업1팀의 막내인 그는 경직된 사무실 분위기 속에서도 할 말은 하고 가릴 말은 가리는 '사회생활 만렙'의 MZ사원 그 자체. 막내 사원 권송희가 된 듯 '김부장'을 바라보는 20대 직장인의 시선을 그려낸 이가 배우 하서윤(27)이다. 그는 뜨겁게 공감하고 치열하게 연기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종영했다는 것이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 난다"고 생각에 젖었다.
"존경하던 작가 감독님, 선배님과 너무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선배님들 보며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준비를 하면서는,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직장인 분들이 존경스럽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드라마를 통해서 사회생활 하는 모든 분들, 직장인 분들이 자기 스스로를 응원해주시면서 앞으로 또 한걸음 나아가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서윤은 "직장인 간접 체험을 제대로 세게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덕분에 그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단다. 하서윤은 "김부장에게 인사고과를 다른 사람 밀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장면은 송희 입장에선 큰 사건이고, 그걸 계기로 부장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생각해 굉장히 신경을 썼다"며 "그 장면을 준비하며 쓴 글이 있는데, 제가 화가 많이 났더라. 이후에도 부장님이 팀원들만 양평에 보낸다거나 질책받고 미루는 지점들이 참 난감하고 곤란하고 그랬다. 저절로 이입이 됐다"며 재차 '직장인 파이팅'을 외쳐 웃음을 안겼다.
"2가지 포인트 정도를 특히 중요하게 봤어요. 인사고과를 다른 사람 밀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장면은 송희 입장에선 큰 사건이고, 그걸 계기로 부장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생각해 굉장히 신경을 썼어요. 그 장면을 준비하며 쓴 글이 있는데, 제가 화가 많이 났더라고요.(웃음) 다시 보니 부장님이 팀원들만 양평에 보낸다거나 질책받고 미루는 지점들이 참 난감하고 곤란하고 그렇더라고요. 저절로 이입이 됐어요. 직장인 간접 체험을 세게 하고 나니 생겼습니다."
연출자 조현탁 PD는 이런 하서윤 속의 '권사원' 면모를 오디션에서 알아봤다는 후문. 하서윤은 조현탁 PD가 연출한 전작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오디션에도 참여했던 터. 덕분에 한차례 만남을 가졌던 하서윤은 2차 오디션에서 '하고 싶은 말 있냐'는 질문을 받고는 1차 오디션에서 조PD가 자신에게 "처음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넨 일을 살짝 언급했다 한다. '저희 처음 뵙는 것 아니에요'하며 '기억해달라'고 수줍게 자신을 어필한 하서윤에게서 조PD는 권송희 사원의 모습을 봤단다.
"감독님께서 워낙 디테일하신 데다, 배우들이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게끔 환경을 잘 만들어주셨어요. 그 안에서 송이는 이런이런 친구라고 큰 틀을 정해주셨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주셨다. 마음 속으로는 항상 이직을 생각하고, 성과에 대해 욕심이 있고, 작은 부당함도 참지 않는 성격이라고 큰 틀을 잡아주셨죠. 저는 거기 안에서 디테일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럼에도 꽉 짜인 조직생활과는 거리가 먼 배우에게 직장인이란 쉽게 잡히지 않는 존재이기도 했다. 하서윤은 주변 직장인들에데 도움을 요청했다. 당장 부모님께 질문을 하고 소속사에서 근무하는 20대 MZ직원들은 책상을 어떻게 해놓고 근무하는지, 슬리퍼는 어떤 신는지부터 살폈다. 디테일한 소품팀이 가세했고, 그 덕분에 하서윤은 현장에 가면 '내 책상에 앉았구나' 바로 이입할 수가 있었다고 했다.
쫀쫀한 그룹 리딩은 캐릭터는 물론 류승룡 아래 신과장 송익현, 정대리 정순원, 그리고 하서윤이 뭉친 끈끈한 영업 1팀이 제대로 뭉친 비결이었다. 그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그대로 장면에 반영되기도 했다. 정대리의 가방 값을 묻는 김부장에게 권송희가 툭 튀어나와 "250이요"라고 답하는 장면도 송희가 어울린다며 대사 주인이 바뀐 결과물. 그는 정말 한 팀이 됐던 선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영업1팀 3명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보니까 소통도 많이 하고 서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면서 공유도 했어요. 그러다보니까 도움이 됐고요. 장면마다 이런 감정이 든다 이런 기분이다 매 씬마다 이야기하다보니 각자 개성이 잘 살아났던 것 같아요. 제가 막내인데 낯을 안 가리는 편이기도 하고, 송과장님 정대리님이 잘 받아주셨어요. 팀플레이가 처음이라 빨리 선배님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선배님들이 동생처럼 에뻐해주시고 장난도 쳐 주시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녹아난 것 같습니다."
대망의 마지막 회, '권사원'에서 '권대리'가 된 권송희가 후배를 잡도리하는 장면은 디테일 덕에 더 맛이 살았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가 후배의 보고서 작성을 보고 "폰트가 날라다녀"라며 지난한 잔소리를 시작, 그토록 질색하던 1회 김부장의 대사를 그대로 되돌려주는 씬은 재미와 공감을 동시에 안겼다.
"원래는 '폰트가 뭐예요' 대사가 끝이었어요. 1회 대사를 따라하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리고 애드리브를 넣었어요. 차강윤 배우가 잘 받아주셔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하서윤은 특히 '김부장' 류승룡을 보며 많이 느끼고 배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눈으로 감정을 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노력하는데, 선배님 눈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몰입이 됐다"며 "그런 이끌림을 경험하면서 '나도 나중에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 생각을 하게 했다"고 했다. 연기 외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류승룡이 먼저 나서서 현장을 말랑말랑하게 바꿔놓는 모습을 내내 지켜보면서 "현장이 밝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 데 류승룡 선배 역량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송희야 이 장면 좋더라' 하는 문자를 받고선 너무 많은 후배가 있으실텐데 이렇게 마음을 써주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쳐 울컥울컥 했단다.
차근차근 자신을 드러내보인 하서윤은 '김 부장 이야기'를 통해 또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 부장 이야기' 이후 그 언제보다 많은 연락을 받았단다.
"이렇게 많은 사랑과 관심이! 중학교 선생님도 연락을 주시고 옛 친구들도 연락이 왔더라고요. 너무 현실같다고, 내 얘기 같고 내 부모님 이야기 같아서 보기가 쉽지 않다고도 하고, 그래서 좋다고도 하고. 참 공감이 됐어요. 저도 마음이 엄청 그랬어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셨던 하서윤의 부모님도 딸의 드라마에 누구보다 이입하면서 "그래서 언제 행복해지는 거냐"고 연신 물어보셨단다. 하서윤은 "부모님도 주변 분들에게 연락을 받으셨다고, 다들 '김 부장 이야기' 얘기를 한다면서 뿌듯하셨보다"며 "너무 좋아해주셨다. 그것이 너무 좋았다"고 웃어보였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여러 작품들이 공개가 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관심과 사랑을 받다보니까 그런 관심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보답도 하고 싶고, 다양한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리고 그것이 지금 당장 저한테는 가장 가까운 목표이고 각오입니다. 또 다른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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