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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결산/배터리] 무너진 EV 속 희망된 ESS…LFP·각형 꽃피나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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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결산/배터리] 무너진 EV 속 희망된 ESS…LFP·각형 꽃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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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일 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위기는 올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이어졌다. 정권 교체 직후 내란 특검 정국이 이어지면서 2025년의 캘린더는 유례없이 촘촘했다. 정치·사회적 격랑 속에서도 산업 현장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 관세 전면전, 대형 보안 사고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한국 산업 지형은 이전과 전혀 다른 판으로 재배치되는 한 해를 보냈다. 계엄 사태 이후 정책 기조 전환 속에 디지털데일리는 각 분야 결산을 바탕으로 2025년 한국 산업의 흐름을 종합 정리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지난해부터 불어온 전기차 수요의 찬바람이 올해도 가시지 않았다. 줄어든 수주로 배터리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든 데다 신규 가동한 공장마저 멈춰서면서 실적 타격이 커졌다. 심화된 미중 무역 갈등에 따라 인공지능(AI) 인프라향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기회로 다가온 가운데, 이들 시장의 주류 제품인 리튬인산철(LFP)·각형으로의 전환이 이뤄질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전기차 줄고 中 LFP만 늘었다…한파 온 K-배터리 美 공장

올해 초만 해도 배터리 산업은 상반기 둔화 지속 이후 하반기 상승 흐름을 타는 '상저하고'가 예상됐다. 1월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무역 갈등 불확실성이 하반기로 갈수록 옅어지고, 전기차 신규 차량 출시 시기 도래에 따른 변화가 예상된 덕이다. 특히 2분기를 지나며 침체된 유럽 전기차 시장이 반등 흐름을 타자 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4월 본격화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품목 관세 여파가 올해 말까지 이어지며 불확실성을 높였고, 미국 전기차 소비자 보조금 세액공제 제도(IRA 30D)가 9월 말을 끝으로 폐지되며 수요 둔화를 부추겼다. 반등한 유럽 전기차 시장 수혜는 LFP 배터리를 앞세운 CATL, 비야디(BYD) 등 중국 회사의 몫이 됐다.

그 사이 국내 배터리 3사의 배터리 점유율은 쪼그라들었다. SNE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10월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합산 점유율은 16%로 집계됐다. 올해 1월 20.2% 수준이었던 점유율이 10월에 다다르며 4%포인트(p) 가량 하락한 것이다. 주력 시장인 미국의 전기차 침체가 점유율 위축의 원인이었다.

배터리 출하량이 줄면서 공격적으로 확대해 온 배터리 공장의 가동률도 뚝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59.8%였던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가동률은 올해 3분기 9.1%p 떨어진 50.7%로 집계됐다. 삼성SDI도 작년 3분기 68%에서 49%로 19%p 가량 떨어졌다. SK온만이 전년 3분기 46.2%에서 올해 3분기 52.3%로 7.1%p 가량 올랐다. 이마저도 지난해 SK온이 극심한 부진의 굴레를 이어간 데 따른 기저효과였던 점, 60% 이상의 안정적인 가동률 달성을 이루지 못한 점 등이 불안 요소로 남았다.

배터리 생산 가동률 저하는 곧바로 신규 공장의 투자, 가동 연기로 이어졌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미국 배터리 생산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는 전기차 혹한에 따라 극심한 가동률 부진을 겪었다. SK온 역시 신규 가동한 포드 합작법인 '블루오벌SK(BOSK)' 켄터키 1공장이 저조한 가동률을 기록했고, 최근 F-150 라이트닝 단종설이 떠오르며 부진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켄터키 2공장은 수주 부재에 따라 투자가 무기한 연기됐고, 테네시 공장은 설비 반입만 이뤄진 채 1년 가량 가동이 밀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의 선제적 생산으로 분기별 4500억원대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수령하며 버티는 듯 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3분기 365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아울러 얼티엄셀즈는 테네시주, 오하이오주에 대한 내년 상반기 공장 가동 일시 중단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내년의 전기차 시장 상황도 그리 다르지 않다. 전기차 수요를 뒷받침하던 미국 보조금 정책이 9월 말 폐지된 탓에 내년 수요 자체가 불확실해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포드, 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는 내연기관과 LFP 기반 보급형 전기차 판매로 전략을 바꿨다. 유럽 시장마저 CATL 등 중국 기업 진출 가속에 따라 폭스바겐, BMW, 벤츠 등 주요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이 넘어간 상황이다.


◆ AI 인프라에 급증한 ESS, 美 시장 '탈중국' 수요가 기회로

그러는 사이 투자가 저조했던 ESS 시장이 높은 성장 가도를 달렸다. 전세계적으로 잇따라 세워지는 AI 데이터센터에 따라 전력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분산 전원으로 운용이 가능한 전력망 ESS 수요가 치솟은 덕이다.


이 시장 역시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중국 업체가 과점 상태를 유지해 왔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2019년~2020년 벌어진 국내 ESS 화재 사태로 주춤한 사이, 값싼 LFP 배터리를 바탕으로 시장을 독식하고 나선 탓이다.

기회는 역시 미국에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ESS 배터리에 대한 대중국 관세를 40~50% 수준을 유지한 영향이다. 통상 중국 업체의 ESS용 배터리 가격은 킬로와트시(kWh) 당 50~60달러 내외로 추산돼 왔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LFP 배터리 기준점인 kWh당 90~100달러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다. 그러나 관세 여파로 중국 배터리 가격이 오르고 미국 수출도 까다로워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경쟁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됐다.

탈중국 수요는 곧 수주로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7월 테슬라로 추정되는 미국 기업과 2027년부터 3년 동안 5조9442억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테슬라가 준비 중인 2차 ESS 발주 추진에 맞춰 추가적인 공급도 협의하고 있다. 이밖에 6월 양산을 시작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이 LFP 파우치 배터리를 토대로 궤도에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 역시 테슬라와 협의를 거듭하고 있다. 연 10기가와트시(GWh) 수준의 배터리를 납품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삼성SDI는 테슬라로의 공급을 위해 스텔란티스 JV인 SPE 라인 2곳을 LFP로 전환하는 안을 고려 중이며, 이미 한 곳에 대한 전환 협의를 협력사와 진행하고 있다.

SK온도 미국 ESS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에 나섰다. 10월 미국 플랫아이언에너지 개발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 파우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 첫 성과다. SK온은 플랫아이언에 대한 6.2GWh 규모 추가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도 확보했다. 이와 함께 미국 고객사 한 곳과 10GWh로 추정되는 ESS 배터리 공급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 핵심은 LFP·각형…전기차 수요 반등도 이뤄져야

배터리 업계는 국내 배터리 3사 ESS 공급 전략 핵심으로 폼팩터·케미스트리 전환을 꼽았다. 글로벌 기준이 LFP, 각형 배터리로 좁혀지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한 전환이 빠르게 이뤄져야만 성공적인 반등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연일 높아지는 추세다. LFP 배터리는 높은 무게와 낮은 에너지밀도가 약점으로 꼽혀 왔지만 ESS에서는 그 단점이 대부분 상쇄되고 있다. 한 곳에 설치돼 운용되는 만큼 무게를 낮출 이유가 없을 뿐더러, 전기차만큼의 고출력·고에너지밀도를 요하지 않은 덕이다. 더군다나 ESS가 하루마다 충·방전을 반복하는 만큼 삼원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LFP의 수명이 오히려 강점으로 꼽히는 모양새다.

각형은 전기차, ESS를 구분하지 않고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장기간 극한 환경에서 운용하는 ESS·전기차 특성상 안전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지표로 주목 받으면서 각형이 지닌 안전성이 매력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각형은 파우치형과 달리 내부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고 전류를 차단하는 캡 어셈블리가 탑재돼 있고, 단단한 외관과 많은 부품 덕에 열전이 방지(NP) 설계에서 유리하다. 원통형과 비교하면 모듈·랙(Rack)의 불용공간을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를 의식하듯 파우치를 주력으로 생산해 온 LG에너지솔루션은 각형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SCM)을 구성하며 폼팩터 전환을 추진 중이다. 오창에 각형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설치해 테스트를 거듭하는 한편, 내년을 목표로 미시간주 랜싱 공장 내 일부 공간을 ESS용 각형 배터리 라인으로 구축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음극을 동시에 배치하는 바이폴라 배터리에 파우치 셀을 각형 캔에 넣는 '하이브리드' 폼팩터 구조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불안정한 재무구조 상 당장 각형을 추진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를 각형 캔에 담아 안정성을 꾀하는 각형라이크(Prismatic-Like)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리차와 합작을 통해 각형 배터리 생산 이력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삼성SDI는 이미 각형 폼팩터의 선두 지위를 확보한 만큼 케미스트리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울산에 LFP 마더 팩토리를 구축하는 한편, SPE 라인 일부를 LFP 각형으로 전환해 테슬라에 공급하려는 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SPE에서는 LFP 배터리 생산을 위한 장비 설계 변경 등이 검토 중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라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ESS뿐 아니라 전기차 내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ESS 시장이 AI 인프라 투자 열풍으로 고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수량 측면에서 전기차를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전기차 수주가 한 고객사 당 많게는 연 30~40GWh로 배정받는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플루언스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연 20~30GWh의 수주를 받는 것조차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정책 변화로 주춤해 있으나 삼원계, LFP 모두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기차 매력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율주행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점에는 어느정도의 전기차 수요가 뒷받쳐주면서 다시금 성장세를 회복하리라는 기대감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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