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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끊으니 씀씀이 달라져” 소비자들 줄 잇는 ‘쿠팡 디톡스’

조선일보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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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끊으니 씀씀이 달라져” 소비자들 줄 잇는 ‘쿠팡 디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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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탈퇴한 소비자들 후기 쏟아져
서울 송파구에 사는 유모(29)씨는 지난달 말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쿠팡 이용을 중단했다. 불안감에 내린 결정이었다. 유씨는 이후 쿠팡으로 배송받는 대신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간이 늘었고,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여러 쇼핑 앱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는 “로켓 배송의 편리함에 익숙해서 습관적으로 물건을 담았는데 이젠 더 꼼꼼하게 가격을 따지고 있다”며 “급하지 않은 물건은 동네 마트를 이용하다 보니 지출이 줄면서 그간 내가 과소비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뉴스1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뉴스1


쿠팡 사태 이후 ‘쿠팡 디톡스(Detox·해독)’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쿠팡의 압도적인 배송 속도와 간편 결제 시스템 때문에 그간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이번 사태로 쿠팡과 강제적인 거리 두기를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습관처럼 쓰던 쿠팡을 벗어나니 과소비를 줄였다” “조급해하지 않고 쿠팡 없는 일상에 맞춰 살게 됐다” “이제는 여러 사이트를 꼼꼼하게 비교한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새벽 배송, 시간대별 할인 등 쿠팡의 편리함 때문에 충성 고객이 됐던 사람들이, 쿠팡 사용을 중단하면서 기존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경험을 온라인 공간 등에 공유하는 것이다.

◇‘쿠팡 디톡스’ 인증하는 소비자들

쿠팡 디톡스 인증은 주로 젊은 층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혼자 사는 김모(28)씨는 “쿠팡 멤버십에 가입해 쿠팡 이츠, 쿠팡 플레이 등 생태계 전체를 이용했는데 이번에 이용을 멈췄다”고 말했다. 김씨는 “네이버나 배달의민족 같은 다른 서비스도 써보니 편리한 점이 많더라”며 “앞으로는 계속 여러 서비스를 써보며 한 번에 내 구매 정보가 다 노출될 수 있는 일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이모(34)씨는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쿠팡 앱을 자주 이용했는데, 앱을 지우고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직접 물건을 사보니 색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한 맘카페에선 “쿠팡 없이 생활이 가능할까 싶기도 했는데, 일주일 동안 좋은 점들을 발견했다. 진짜 급한 것만 동네에서 사니까 은근 생활비가 절약이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눈뜨면 쿠팡에 습관처럼 들어가면서 그간 지출이 많았다” “쿠팡 없이 지내니 생활 패턴도 달라지더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9일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1594만명으로 집계됐다. 사태 직후 내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하려는 접속자가 몰리며 지난 1일 1798만명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닷새 만에 204만명이 빠져나간 것이다. 사태 이전과 비교해도 이용자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안일한 대응에 실망·분노 커져이용자 닷새 만에 204만명 줄어‘쿠팡 중독’ 벗어나보니…“급한 것만 마트서 사니 돈 아껴”“꼼꼼히 가격 비교하며 사게 돼”

안일한 대응에 실망·분노 커져이용자 닷새 만에 204만명 줄어‘쿠팡 중독’ 벗어나보니…“급한 것만 마트서 사니 돈 아껴”“꼼꼼히 가격 비교하며 사게 돼”


당초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위, 그리고 배달·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등 일상 곳곳에 침투한 쿠팡 생태계의 락인(Lock-in) 효과로 인해 소비자 이탈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쿠팡의 안일한 대응, “쿠팡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경험이 공유되며 ‘쿠팡 디톡스’에 참여하는 이가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탈팡 소비자들 공략하는 유통업체

유통업계에선 쿠팡을 이탈하는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쿠팡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현금성 포인트 적립’ 혜택을 강화하는 추세다.


SSG닷컴은 신선식품 등 장보기 금액의 7%를 적립해주는 유료 멤버십을 새롭게 출시한다고 9일 밝혔다. 적립된 금액은 SSG닷컴,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관계사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배달 앱 요기요는 지난 8일 주문 금액의 일부를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주는 ‘무한 적립’을 시작했다. 앱 주문 시 일반 고객은 주문 금액의 1%를 기본 적립받고, 멤버십 서비스인 ‘요기요패스X’ 구독 고객은 이달 한정 5% 적립 혜택을 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보안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건인 동시에 소비자들이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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