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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시장 겨냥 조직개편 키워드... 삼성 '시너지', SK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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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시장 겨냥 조직개편 키워드... 삼성 '시너지', SK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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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가세 AI 칩 시장 내년 급성장 전망
삼성전자는 D램·낸드 개발 총괄하는 조직
SK하이닉스는 美에 HBM 전담 조직 신설
"빅테크 AI 칩 HBM, 두 회사가 90% 공급
양사 '합산 영업이익' 내년 85조 원 예상"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 사옥(왼쪽)과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 본사. 뉴시스·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서울 서초 사옥(왼쪽)과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 본사. 뉴시스·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을 각각 개편하며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엔비디아에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제작한 맞춤형 칩(ASIC)으로 도전장을 내밀어 내년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돼서다. AI 확산과 빅테크 간 경쟁으로 급성장할 AI 칩 시장에 양사가 새로운 고객과 수요 확보에 총력전을 펼칠 기세다.

가성비·전성비 좋은 AI 칩 구매 ↑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메모리사업부 산하에 D램·낸드 개발을 총괄하는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은 기존 메모리사업부 산하 D램 개발실에 플래시 개발, 설루션, 패키징 기능을 더해 확대 개편한 것이다. D램과 낸드 개발을 통합하면서 지난해 7월 신설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은 D램 개발실 산하 설계팀 조직으로 재편됐다.

HBM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미국에 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했다. 엔비디아와 구글 등 주요 HBM 고객이 미국에 몰려 있어, 고객사들에 신속한 기술 지원으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고객사 요구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HBM 패키징 수율, 품질 전담 조직도 별도 구축해 전 과정을 아우르는 HBM 특화 조직 체계를 완성했다.

양사의 조직 개편은 내년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구글(TPU)·아마존(트레이니움)·MS(마이아)는 GPU보다 전력 소비는 줄이면서 특정 작업에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한 맞춤형 AI 칩을 각각 내놨다. 수천만 원을 주려 해도 물량이 모자라 GPU를 구매하지 못하는 전 세계 기관과 기업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가 좋은 AI 칩 구매를 늘리면 시장 규모 자체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칩에 필수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국내 기업들에는 호재다. HBM 수요가 폭증하자 생산량을 줄인 범용 메모리 제품도 가격이 뛰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기(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조직을 재편해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리겠다는 것이다.

북미와 밀착 SK, 상승효과 추구 삼성



그래픽 송정근

그래픽 송정근


다만 양사의 전략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낸드 같은 범용 제품을 포함한 메모리 조직을 통솔해 상승효과(시너지)를 추구하고, 발 빠른 의사결정과 고객 주문에 대응을 강화한 걸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는 북미 주요 고객과 밀착해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특히 AI 칩에 사용되는 고부가 메모리인 HBM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8일 "빅테크의 주문형 반도체(ASIC)가 내년부터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공급량도 늘어 AI 생태계 확장의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내년 AI 칩당 HBM 평균 탑재량은 전년 대비 약 50% 늘 것"이라며 "북미 빅테크 자체 AI 칩에 탑재될 HBM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 이상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양사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 85조 원으로 전년(56조 원)보다 51% 증가하고, 내년엔 17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