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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막 안경'으로 언어의 장벽 허물겁니다

매일경제 김대기 기자(daekey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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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막 안경'으로 언어의 장벽 허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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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청각의 장벽 때문에 일상 속 간단한 대화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외국어로 진행되는 강의와 회의에 참여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소통은 늘 높은 벽처럼 다가온다. 이 벽을 기술로 허물겠다는 스타트업이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글라스 기업 엑스퍼트아이엔씨(XpertINC)가 그 주인공이다. 안경을 착용하고 대화를 나누면, 화자가 발성하는 문장이 마치 자동차의 해드업 디스플레이 보는 것처럼 실시간 눈앞에 펼쳐진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박정남 엑스퍼트아이엔씨 대표는 "우리는 AI로 실시간 자막을 지원하는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누구나 장애와 언어 차이를 넘어서 같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설립된 엑스퍼트아이엔씨는 자체 개발한 AI 음성인식(STT) 엔진과 스마트 글라스를 결합한 'AI 자막 안경'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 공인기관 인증 기준 98%의 음성인식 정확도를 확보했고, 음성을 자막으로 변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3초가 채 되지 않는다. 박 대표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와 정확도"라며 "지연되거나 틀린 자막은 오히려 혼란을 준다. 이 두 가지 지표를 높이는 데 지난 몇 년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엑스퍼트아이엔씨의 스마트 글라스는 크게 세 가지 제품군으로 구성된다. 청각장애인과 강의 현장에 특화된 '씨사운드(C-Sound)', MICE 행사와 글로벌 비즈니스 미팅용 '씨비즈(C-Biz)', 공연장·뮤지컬·영화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울(Awl)'이다. 기존 스마트 글라스가 영상·카메라 중심 기술이었다면 엑스퍼트아이엔씨의 제품은 '즉시 소통'을 위한 자막 송출에 최적화돼 있다.

씨사운드는 상대 발화를 실시간 자막으로 띄우는 데 집중한 제품이다. 병원 진료실·강의실·상담센터·공공기관 등 실제 수요가 높은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회사는 서울대병원, 서대문농아인복지관, 송파구청, 소리의원 등과 협력해 청각장애인 환자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 고객들로부터 '이제 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며 "기술이 사람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보람찬 순간을 매번 가슴 깊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씨비즈는 글로벌 행사와 대규모 전시·포럼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연사가 한국어로 발표하면 청중은 각자의 모국어 자막을 안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표는 "MICE 분야는 언어 비용이 매우 크다"며 "스마트 글라스로 모든 언어장벽이 사라지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엑스퍼트아이엔씨는 국내 PEO·PCO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 대형 국제행사에서 시범 적용을 마치고 글로벌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다.

가장 독창적 제품은 문화 공연 전용 자막 스마트 안경 '아울'이다. 공연·영화·뮤지컬 대본을 AI가 실시간 음성과 동기화해 정확한 타이밍에 자막을 띄우는 기술이 핵심이다. 공연장에서 여러 배우의 목소리·음향이 섞여도 필요한 대사만을 감지해 자막으로 변환한다. 이 기술은 공연계의 '배리어프리 혁신'으로 평가받으며 국내 주요 공연장은 물론 국제 페스티벌에서도 시범 도입되고 있다. 박 대표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문화 접근권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독창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관광공사의 '자막사업'과 '스마트씨어터' 시범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박 대표는 "해외 수요는 국내보다 훨씬 크다"며 "K팝을 비롯한 K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공연·전시·MICE를 찾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며 "비영어권 국가들은 언어장벽이 더 높아 자막 안경 수요가 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배리어 프리 기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AI 자막 안경은 누구나 동등하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소통 인프라"라며 "AI가 사람의 일상을 바꾸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고 우리는 그 변화 속에서 '소통의 미래'를 먼저 그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기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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