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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해경’ 사고 과실 은폐 첫 재판… 법정에 선 해경들

조선일보 인천=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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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해경’ 사고 과실 은폐 첫 재판… 법정에 선 해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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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검토 못해” 혐의 인정 여부 안 밝혀
순찰팀장은 혐의 부인
故 이재석 경사의 영결식./ 뉴스1

故 이재석 경사의 영결식./ 뉴스1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 순직 사건과 관련, 사고 과실 은폐 혐의 등을 받는 이광진 전 인천해경서장 등 3명에 대한 첫 재판이 8일 열렸다.

인천지법 형사18단독 윤정 판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서장과 전 영흥파출소장 A씨, 업무상과실치사, 직무유기, 공전자기록위작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영흥파출소 전 팀장 B씨 등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보통 첫 재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 진술과, 이에 대한 피고인 측의 혐의 인정 여부 진술이 이어지는데, 이날 이 전 서장 측은 사건 증거기록을 다 검토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전 서장 측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의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으나 증거기록물을 보고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해 다음 공판 기일에 밝히겠다”고 했다.

A씨의 변호인도 “지난주 중에 증거기록을 받아서 내용을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B씨의 변호인은 “공소 사실 전부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라며 “증거 목록에 나와 있는 진술 내용에 대해서도 대부분 부인한다”고 밝혔다. 피고인 3명 중 유일하게 구속된 B씨는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이재석 경사 순직 사건' 담당 팀장 A경위가 지난 9월 22일 이 경사의 유족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뉴스1

'이재석 경사 순직 사건' 담당 팀장 A경위가 지난 9월 22일 이 경사의 유족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뉴스1


이날 재판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이 경사 유족은 “아들을 잃고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법의 판단에 따라 명확하고 강력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은 지휘부의 부실 대응과 조직적 은폐 시도가 결합한 무거운 범죄”라며 “피고인들은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신뢰를 얻어야 할 해경 조직의 근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서장과 A씨는 이 경사가 순직한 지난 9월 11일 영흥파출소 경찰관들에게 언론을 비롯한 외부에 해경 측 과실을 함구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업무·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처럼 이 경사의 동료 경찰관들을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 경사와 함께 당직을 섰던 경찰관들은 사고 발생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B씨는 ‘2인 출동’을 비롯한 해경 규정을 지키지 않아 이 경사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다른 근무자들에게 규정보다 많은 6시간의 휴게 시간을 부여해 최소 근무 인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경사를 혼자 출동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는 이 경사를 구조하기 위해 경찰관 2명만을 출동시켰는데도 4명을 출동시킨 것처럼 현장업무포털시스템에 허위 입력하고, 휴게 시간 규정도 어기지 않은 것처럼 기록한 혐의도 있다.


이 경사는 지난 9월 11일 오전 2시 7분쯤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혼자 출동했다가 실종됐고,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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