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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 위기 위성, 수명 늘린다" 한국형 우주정비소에 뭉칫돈

머니투데이 김건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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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 위기 위성, 수명 늘린다" 한국형 우주정비소에 뭉칫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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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린스페이스, 90억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

워커린스페이스 개요/그래픽=윤선정

워커린스페이스 개요/그래픽=윤선정


'궤도상 서비싱'(On-Orbit Servicing)은 인공위성 등 우주자산의 수명연장, 유지보수 등을 우주공간에서 직접 수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궤도상 서비싱 시장을 개척한 것은 2020년 미국 방산업체 노스럽그러먼이다. 자회사 스페이스로지스틱스가 개발한 임무연장위성 'MEV-1'이 연료고갈로 폐기될 뻔한 통신위성 '인텔샛 901'에 도킹해 수명을 연장하는데 성공한 것. 통신위성은 1기를 만드는데 3000억~5000억원이 들어가지만 연료가 바닥나면 멀쩡한 장비를 그대로 폐기해야 했다. 하지만 MEV-1이 '우주주유소' 역할을 하며 위성의 수명을 늘리는데 성공하면서 궤도상 서비싱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국내에도 궤도상 서비싱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해 출범한 워커린스페이스가 주인공. 최근 IMM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90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110억원이다.

투자사들은 워커린스페이스가 타깃하는 시장이 '먼 미래의 공상과학'이 아닌 '검증된 비즈니스'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김윤호 IMM인베스트먼트 심사역은 "5000억원짜리 위성을 폐기하는 대신 100억~200억원을 들여 수명을 3~5년 연장할 수 있다면 위성사업자 입장에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이라며 "노스럽그러먼은 이미 위성들의 수명연장 서비스를 통해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성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생소한 우주기술임에도 투자가 성사된 결정적 이유는 '맨파워'다. 김해동 워커린스페이스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25년 넘게 재직하며 실제 위성을 설계하고 10기 이상을 우주로 쏘아올린 베테랑이다. 여기에 국방과학연구소장을 역임한 백홍렬 기술고문이 합류해 해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등 '상호보완적 드림팀'을 구성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워커린스페이스는 전체 직원(23명) 가운데 15명이 연구개발직이고 이 가운데 6명이 박사, 7명이 석사 출신이다.

워커린스페이스는 국내 유일의 정지궤도 위성사업자인 KT샛(KT SAT)과 지난 6월 LOI(구매의향서)를 체결했다. 해외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국가안보 및 보안이슈를 해결해줄 유일한 대안이 워커린스페이스여서다. 김 심사역은 "타국 위성이 우리나라 위성에 접근해 도킹하는 것은 보안상 민감한 문제라 해외 기업에 맡기기 어렵다"며 "워커린스페이스는 한국 기업으로서 KT샛의 퇴역예정 위성을 대상으로 수명연장 서비스를 실증할 수 있는 독점적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지원 강화도 투자배경이 됐다. 궤도상 서비싱 사업은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워커린스페이스는 올해에만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 챌린지', 우주항공청 '스페이스 챌린지' 등을 통해 88억원 규모의 정부사업을 수주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8년 데모위성을, 2030년 상업용 로봇위성 1호를 발사한다는 목표다.

김건우 기자 ja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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