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선택적 수사, 책임 물어야”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오는 모습. 한 총재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측에 불법 후원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고운호 기자 |
민중기 특검이 통일교 측이 국민의힘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도 정치자금을 지원한 정황이 나왔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법조계와 야권에서는 “특검이 야당만 겨냥한 ‘선택적 수사’를 한 게 사실이라면 법적 책임까지 져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정교(政敎) 유착’ 의혹이 여권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특검 조사 과정에서 민주당 전현직 의원에게 수천만원대 금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2022년 대선 당시 통일교가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쪽에 모두 접촉을 시도하며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특검이 확보한 사실도 7일 확인됐다. 통일교의 민주당 인사에 대한 지원 단서를 잡고도 특검이 국민의힘 쪽만 수사했다는 의구심을 야권에서 제기하는 것이다.
그래픽=정인성 |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선 “사건 당사자가 범죄 혐의로 의심되는 진술을 했는데도 수사 기관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특검이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수사를 안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확실한 명분이 없다면 직무유기 혐의를 받을 수 있다”며 “(윤영호 진술대로) 정치인에게 수천만원대 금품이 전달됐다면 정상적인 돈으로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중기 특검팀이 특검법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는 “수사는 공정해야 하고 적어도 공정해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큰 문제”라면서 “해당 의혹이 특검의 수사 대상인지는 특검이 판단할 부분이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 6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이와 관련해 특검이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의혹은 커지는 상황이다. 특검 관계자는 본지에 “현재 거론되는 (민주당 관련) 의혹은 수사 내용에 대한 부분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전현직 의원들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필요하면 당에서 경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특검이 수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기관에 이첩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도 누가 통일교 측에 후원금을 받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며 “언론 보도나 재판 증언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더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편파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중기 특검팀이 통일교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민주당 중진 의원 2명에 대한 증언을 확보하고도 수사하지 않았다”며 “민주당 의원은 돈 받아먹어도 되는 특권층이냐”고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야당에 대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압수 수색을 벌이던 특검이 민주당에 대해선 수사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통일교 금품 로비에서 민주당만 쏙 빼준 민중기 특검이야말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위헌적인 ‘법 왜곡죄’ 적용 대상으로, 당장 구속감”이라고 했다.
민중기 특검이 ‘선택적 수사’ 논란을 부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0월 특검은 2022년 국민의힘 시도당 및 당협위원장 20명에게 1억4400만원을 여러 명의 이름으로 쪼개기로 후원한 혐의로 한학자 총재 등을 기소했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정치인에게도 교단 자금 일부가 ‘쪼개기 후원’으로 들어간 사실을 파악하고도 특검은 수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민주당 후원 건은 국민의힘처럼 조직적 동원에 따른 불법 후원은 전혀 아니었기에 수사대상이 안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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