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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빼고 대만 방어’ 트럼프 국가전략, 정부 정밀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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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빼고 대만 방어’ 트럼프 국가전략, 정부 정밀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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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의 표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의 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우선주의’가 한층 짙은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했다.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빠지고 중국 견제를 위한 한국의 역할 확대가 명시되는 등 한국으로서는 우려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이대로라면 한반도 비핵화 의제는 실종된 채 원치 않는 미·중 갈등에 휘말릴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NSS는 ‘미국의 어깨는 가볍게, 이익은 크게, 동맹 책임은 무겁게’로 요약된다. 미국 본토와 서반구(북미·중남미·카리브해 국가) 방어, 대만 방어 및 중국 억제를 핵심 우선순위로 제시하고 동맹이 집단방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을 요구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 보호를 위해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 해협) 방어에 한국·일본의 역할 확대를 촉구했다. 대만 방어를 위한 한국 역할 확대는 대만해협 분쟁 시 한국 내 미군기지 활용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이 잇따라 한국 핵추진 잠수함을 중국 견제에 이용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것도 NSS 취지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반면 그간 NSS에 등장했던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사라졌다. 미국 국가안보 목표 우선순위에서 북핵 문제가 빠진 것은 중대한 변화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염두에 두고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도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의 군비 통제, 군축 및 비확산’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문구를 생략했다. 미·중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후순위로 미루면서 ‘북핵 사태’가 30여년 만에 중대 고비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대북정책도 변곡점을 맞게 됐다. 북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북핵 현실주의’하에 대북정책을 재설계할 것인지, 예전과 다름없이 비핵화 목표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안보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순 없지만 동맹의 국가 이익마저 훼손하는 것이어선 곤란하다. 특히 대만해협의 안정을 강조하며 한국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수용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안보와 관련한 핵심 이익이 무엇인지 분명히 정의하고, 용인할 수 있는 한계선을 명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소한 대만해협에서 벌어지는 원치 않는 분쟁에 한국이 휩쓸리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미국 우선주의가 몰고 온 외교안보 환경의 심대한 변화의 의미를 면밀하게 평가하면서 외교안보전략의 새 틀을 짜야 할 시기가 됐다. 그 핵심에 안보의 자강을 위한 빈틈없는 로드맵이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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