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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와 게임이 만나자 그 효과는 굉장했다! [ER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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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와 게임이 만나자 그 효과는 굉장했다! [ER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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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살인적인 한파도, 발목을 잡는 폭설도 '덕심(오타쿠의 마음)'을 막지는 못했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AGF 2025(Anime X Game Festival 2025)'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된 오픈런 행렬은 전시장 밖 야외 주차장까지 길게 이어졌고 내부는 발 디딜 틈 없는 열기로 가득 찼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AGF는 단순한 서브컬처 행사를 넘어 게임 산업이 애니메이션이라는 강력한 우군을 만나 어떻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게임업체의 참가 비율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증했으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3N'을 포함해 스마일게이트, NHN 등 국내 주요 게임사가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지스타에 불참했던 기업들조차 이곳에는 부스를 차렸다. 왜 그들은 부산이 아닌 일산으로 향했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애니와 게임이 만나자 그 효과는굉장했다!


지스타가 전시장이라면 AGF는 축제다
현장에서 느낀 AGF의 공기는 지스타와 확연히 달랐다.

지스타가 신작 게임을 냉철하게 평가받는 시연 중심의 박람회라면, AGF는 팬덤 문화가 물리적 공간에서 충돌하고 융합하며 만들어내는 거대한 축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스타에서도 코스프레나 굿즈 판매가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임 시연을 보조하는 부차적인 요소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GF에서는 주객이 전도된다. 아니, 주객의 경계가 사라진다. 게임 속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아가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이 다시 게임으로 연결되면서 관람객들은 콘텐츠 그 자체를 온몸으로 소비한다.

현장의 DJ 부스 앞에서는 수백 명의 관람객이 애니메이션 주제가에 맞춰 일본식 응원 춤인 오타게를 추며 열광했고, 유명 성우의 토크쇼와 코스어들의 퍼레이드는 행사장 전체를 거대한 팬덤의 용광로로 만들었다.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참관객이 온다면 컬쳐쇼크를 경험할 수 있다. "도, 도 망가 야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이 역시 이색적이라 외국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어 신선하다. 일본의 어느 애니메이션 박람회의 한 중간으로 포털 이동한 느낌도 들 수 있고, 아니라면 전혀 다른 이세계에 온 것이 아닐까. 뭐야 이거 무서워 여튼 굉장히 흥미롭다.



IP 확장의 최전선, 서브컬처의 주류화
게임사들은 자사의 IP를 서브컬처 문법에 맞춰 재해석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당장 스마일게이트는 신작 <미래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선보이며 서브컬처 팬들의 취향을 정조준했고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부스는 굿즈를 구매하려는 인파로 행사 내내 마비 수준의 대기열을 기록했다. 코스어들이 한번 나타날때마다 행사장이 떠나가라 웅성거리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서브컬처 신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앞세워 기존의 리니지 색채를 지우고 젊은 층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엔씨소프트의 AGF 참가를 두고 우려와 기대가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간 엔씨소프트가 구축해 온 브랜드 이미지가 서브컬처 장르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빅게임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엔씨가 퍼블리싱을 맡은 <브레이커스>가 과연 기존 서브컬처 팬층의 깐깐한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분 좋은 반전'이었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엔씨소프트 부스의 기획력과 디테일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단순히 게임을 시연하는 것을 넘어, 게임 속 판타지 세계관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중세 마을 콘셉트의 부스 디자인이 호평을 받았다. 심지어 운영의 미숙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체험 프로그램과 굿즈 및 기념품 존의 동선은 효율적으로 배치되었으며 시간대별로 진행된 코스프레 모델 촬영회 역시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호라이즌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서브컬처 시장 규모는 2033년 약 18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사들에게 AGF는 단순한 홍보 무대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슈퍼 IP를 발굴하고 검증받는 핵심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팬덤 문화,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다
AGF 2025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웹툰의 경계는 허물어지는 가운데 이용자들이 단일 콘텐츠 소비를 넘어 거대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문화를 향유하기를 원하는 트렌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스타보다 좁은 공간에 밀집된 부스와 인파는 오히려 팬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현장을 광적인 열기로 채웠다. 10만 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이 뿜어낸 이 열기는 서브컬처가 더 이상 하위 문화가 아닌,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메인 스트림으로 도약했음을 증명한다. 2025년 겨울, 일산 킨텍스는 그 뜨거운 변화의 진원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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