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웨스트미스에 250㎿ 규모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조성 중인 가운데 1단계 공사가 완료된 가스터빈 발전소. 김대기 기자 |
"유럽은 지금 전력 부담 때문에 기존 방식의 데이터센터를 더 세울 수 없습니다. 전력 효율이 높고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한국 컨소시엄 모델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달 12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차량으로 2시간가량 이동해 도착한 중부 웨스트미스의 데이터센터 예정 용지. 현장을 안내하던 재생에너지 개발사 럼클룬에너지 관계자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초원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이면 이곳에 한국 컨소시엄이 설계한 40피트 모듈러 데이터센터(MDC)가 설치된다. 이 한국형 MDC는 아일랜드가 직면한 '전력·냉각·탄소'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다.
아일랜드가 한국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2023년 기준 아일랜드 전체 전력 사용량의 21%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 조건으로 재생에너지 연계, 고효율 냉각, 탄소감축 기술 적용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기존 공랭 중심의 대형 데이터센터 방식으로는 급증하는 AI 연산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럼클룬에너지는 웨스트미스 지역에 250㎿ 규모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조성 중인데, 이 중 50㎿를 모듈러 기반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한국 컨소시엄과 손잡고 1㎿ 규모 MDC 실증(PoC)을 내년에 본격 착수한다. 한국 기술이 아일랜드 기후·전력망 환경에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우선 검증하는 절차다.
한국 컨소시엄이 내세운 MDC는 단순한 '이동형 서버 박스'가 아니다. 40피트 컨테이너 한 기 안에 고밀도 AI 서버, 침지 냉각장치, 전력·환경 제어 시스템이 통합된 구조로 사실상 '축소형 데이터센터'에 가깝다. 내부에는 서버 랙과 냉각 모듈, 센서 계측장비가 밀도 있게 배치됐고 전력 흐름과 온도·진동 상태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계측 화면이 설치돼 있었다.
한국 컨소시엄은 데이터빈, 아이에이클라우드, 아이디비, 카본사우루스 등 4개 기업으로 구성되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원한다. 이들이 보유한 기술은 '침지 냉각·운영 자동화·전력 제어·탄소 관리'가 하나로 묶인 통합 패키지 형태다.
한국 컨소시엄과 럼클룬에너지는 친환경 데이터센터·IEMS 공동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아일랜드 정부 산업지원 기관 엔터프라이즈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 공동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할 계획이다. 아이에이클라우드의 신윤수 상무는 "이번 프로젝트는 전력 효율·냉각 성능·운영 안정성을 유럽 환경에서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실증 결과는 50㎿ 본사업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자 한국 기술이 유럽 AI 인프라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ARC에 따르면 유럽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4년 538억달러(약 79조원)에서 2033년 1301억달러(약 191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더블린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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