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전쟁범죄 논란 커지고 과거에 벌어진 논란 다시 도마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UPI 연합뉴스 |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취임 11개월만에 최대 위기에 처했다.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마약 전쟁에서 생존자까지 사살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미 민주당은 헤그세스 탄핵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4일 미 의회에서 베네수엘라 마약 선박을 향한 ‘2차 공격’을 지휘한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이 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을 열었다. 미군이 지난 9월 카리브해에서 선박을 격침한 뒤 잔해에 매달린 생존자 2명을 추가 타격했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다. 민주당은 “저항 불가능한 선원을 사살한 것”이라며 전쟁범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고, 백악관은 2차 공격의 판단 책임을 브래들리 제독에게 돌리며 헤그세스 장관을 엄호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 군사위원회 지도부는 2차 공격 최종 승인은 헤그세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초당적 조사와 추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과 지난 3월 이른바 예멘 군사작전 유출 사건을 함께 걸어 헤그세스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공개된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 관련 국방부 감찰실 보고서는 헤그세스가 예맨 작전을 민간 메신저인 ‘시그널(Signal)’ 단체방에 사전에 공유한 사실이 미군 조종사 안전을 위협하고, 임무 실패 가능성을 높이는 안보 리스크였다고 결론 내렸다.
헤그세스의 언론 탄압도 부각됐다. 지난 10월 국방부는 기존 출입기자들에게 취재 범위와 활동을 제한하는 새로운 출입 규정에 서명하도록 요구했는데,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것이 언론 자유 침해라고 보고 국방부와 헤그세스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취임 이후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편하고, 군의 ‘전사 문화’를 강조해 온 헤그세스의 리더십 스타일도 도마에 올랐다. 마약선 2차 공격 관련 보도가 나오자, 헤그세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헬기를 탄 거북이 캐릭터가 보트를 향해 사격하는 만화 그림을 올렸다. 국방 장관이 위중한 사안을 가볍게 여긴다는 비판을 불렀다.
헤그세스가 탄핵 당할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적 압박은 커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2차 공격을 직접 명령한 브래들리 제독의 책임 여부와 별개로 헤그세스가 전체 지휘 체계의 최종 책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미 남부사령부는 이날 동태평양에서 ‘마약 테러리스트’가 탄 선박을 또 타격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가 기존의 강경한 작전 기조를 유지하며 비판 여론을 정면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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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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