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印 정상, 석유 등 에너지 협력 강화 합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5일(현지 시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석유·원자력·핵심 광물 등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둘러싸고 미국과 인도가 갈등을 빚어온 만큼 이번 합의가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에너지 협력을 양국 안보의 핵심 축이라고 평가하며 석유·석유제품 분야의 협력 잠재력을 확인하는 한편 투자자들이 겪는 제도적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원자력 협력 확대 약속을 재확인하고 희토류·핵심 광물의 탐사·정제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석유·가스·석탄과 인도 에너지의 발전에 필요한 모든 것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원”이라며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경제에 연료를 차질 없이 계속 수송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 역시 에너지 안보를 양국 협력의 중요한 기둥으로 강조하며 조선 등에서의 양국 성과를 언급했다. 양국은 인도산 제품의 대러 수출 확대와 무역 흐름 안정을 위해 루블·루피 결제 시스템 개발에도 합의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미 “96%가 루블화-루피화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모디 총리는 2030년까지 무역 확대를 목표로 한 경제협력 프로그램에 양국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국제 현안도 논의했다. 양국 관계가 “외부의 압박에 대해 회복력이 있다”고 평가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고,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시 러시아가 인도를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모디 총리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미국과의 대화 내용을 브리핑했다고 밝히며 인도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는 중립이 아니라 평화의 편”이라며 “세계가 평화로 되돌아가야 하며, 우리는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하고 방명록에 간디와 톨스토이 간의 서신 교류를 언급하며 양국이 국제무대에서 자유·평등·상호 존중의 가치를 함께 지키고 있다고 적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인도를 국빈 방문하고 있다. 그가 인도를 방문한 건 2021년 12월 이후 4년 만이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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