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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비과세 확대는 해외 ETF만 덕볼 수 있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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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비과세 확대는 해외 ETF만 덕볼 수 있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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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일반 투자자의 장기 투자에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후 ISA 비과세 확대가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제 혜택 확대가 자칫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쏠림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ISA는 대표적인 절세 상품이다. 최소 가입 기간 3년을 채우면 손익을 합쳐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400만원까지 비과세된다. 비과세 한도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9.9%로 분리 과세한다. 이 비과세 한도를 늘려 국내 주식시장 장기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 정부 계산이다. 국회에는 일반형과 서민형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각각 최대 500만원, 1000만원까지 올리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문제는 ISA 비과세 확대의 수혜 대상이 국내 증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주식이나 ETF의 매매차익은 대주주가 아닌 이상 비과세다. 굳이 ISA를 통하지 않아도 세금이 없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는 일반 계좌에서 거래하면 배당금과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ISA를 통하면 비과세·저율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국내 주식은 일반 계좌, 해외 ETF는 ISA'로 투자하는 것이 정석으로 여겨질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세제 혜택을 늘리면 겉으로는 국내 계좌 자금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통로만 넓어질 수 있는 셈이다.

서민의 자산 형성을 돕고 국내 증시와 산업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ISA 비과세 확대를 넘어선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 장기 보유 국내 주식이나 국내 ETF 배당소득에 대한 세제 혜택, 퇴직연금 저율분리과세 한도 확대 등의 대안도 고려할 만하다. '무늬만 국내 투자'가 아닌 실질적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섬세한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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