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AMD 유튜브 캡처 |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로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락한 가운데, 경쟁사인 AMD는 중국 시장용 저사양 반도체 수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에서 존재감이 미미해진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AMD 매출액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시장에 수출하기 위한 MI308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며 “15%의 수출세를 정부에 납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MI308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사양을 낮춘 AMD의 인공지능(AI) 반도체다.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업은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조건으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하기로 협의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지만 AMD는 중국 수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AMD 매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은 24%에 이른다. 2023년 AMD의 중국 매출 비중은 5%에 불과했지만, 중국 테크 기업들이 AI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매출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급락하면서 이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뉴욕의 한 세미나에서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95%에서 0%로 급락했다”고 했다. 엔비디아의 H200 등 첨단 반도체 수출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원천 차단된 가운데, 중국 시장을 위해 내놓은 저사양 제품 수요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AI 추론 작업에 맞춰 설계된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용 반도체 ‘RTX6000D’에 대해 중국 기업들이 기능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평가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자국 테크 기업에 화웨이 등이 설계한 자국 AI 반도체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AMD의 중국 사업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화웨이와 바이두, 알리바바 등은 자체 AI 칩을 개발해 데이터센터에서 이를 구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국가 자금이 투입된 신규 AI 데이터센터에 자국산 AI 칩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침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외치면서 자국 AI 반도체 사용을 적극 권하고 있어 사양이 낮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 성장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4일 미국 공화당·민주당 상원의원 6명은 ‘안전하고 실행 가능한 반도체 수출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수출 허가된 반도체보다 성능이 향상된 모든 반도체에 대해 최소 30개월간 적대국에 대한 수출 허가 신청을 거부하며, 변경하려면 30일 전에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적대국은 북한과 러시아, 이란, 홍콩·마카오, 중국으로 명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법안은 미국의 중요한 AI 관련 기술을 중국이 획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엔비디아 등이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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