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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AI·디자인에 이어 법무·대관도 떠났다…애플에 닥친 ‘이중 위기’

중앙일보 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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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AI·디자인에 이어 법무·대관도 떠났다…애플에 닥친 ‘이중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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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법무 총괄 수석부사장 케이트 애덤스와 대관 담당 리사 잭슨 부사장이 내년에 퇴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의 법무 총괄 수석부사장 케이트 애덤스와 대관 담당 리사 잭슨 부사장이 내년에 퇴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법무·대관 책임자를 한꺼번에 교체하며 내부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경쟁에서 뒤처진데다 인재 유출과 규제 압박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자, 전반적인 재정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애플은 법무 총괄 케이트 애덤스 수석부사장과 환경·정책·사회사업 등 대관 업무를 총괄해온 리사 잭슨 부사장이 내년에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법무 총괄 후임으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기업 메타의 수석 법률 책임자(CLO) 제니퍼 뉴스테드를 영입했다. 미 국무부 법률고문 출신인 그는 내년 3월 애플의 법무 총괄 수석부사장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내년 말 법무 총괄 산하로 편입되는 대관 부문까지 아울러 통합 조직을 이끌게 된다.

내년 3월 애플의 법무 총괄 수석부사장으로 부임 예정인 제니퍼 뉴스테드. 예일대 로스쿨 출신으로 미 국무부 법률고문을 지내고, 메타 최고법무책임자(CLO)를 지냈다. EPA=연합뉴스

내년 3월 애플의 법무 총괄 수석부사장으로 부임 예정인 제니퍼 뉴스테드. 예일대 로스쿨 출신으로 미 국무부 법률고문을 지내고, 메타 최고법무책임자(CLO)를 지냈다. EPA=연합뉴스





왜 중요해



이례적으로 법무와 대관, 핵심 간부 두 명을 동시에 교체한 상황을 두고 업계에선 AI 경쟁에서 위기감을 느낀 애플이 지도부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7년간 애플의 AI 부문을 총괄했던 존 지아난드레아 수석부사장의 퇴진 소식이 전해졌다. AI 비서 ‘시리(Siri)’ 개편이 늦어지는 등 AI 개발 경쟁에서 애플이 경쟁사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애플은 새 AI 책임자로 구글에서 16년간 근무하고 최근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 AI 부문 부사장을 지낸 아마르 수브라마냐를 영입했다.

7년간 애플의 AI 책임자였던 존 지아난드레아 수석부사장(사진)은 구글 및 MS 출신 아마르 수브라마냐로 교체된다. AFP=연합뉴스

7년간 애플의 AI 책임자였던 존 지아난드레아 수석부사장(사진)은 구글 및 MS 출신 아마르 수브라마냐로 교체된다. AFP=연합뉴스



팀 쿡 CEO(최고경영자)의 유력한 후임자로 꼽혔던 제프 윌리엄스 COO(최고운영책임자)도 지난달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후임으로는 운영 부문 수석부사장을 지낸 사비 칸이 선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잇따른 경영진 교체는 애플 내부에서 진행 중인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신호”라며 “팀 쿡 CEO와 새 지도부는 AI 시대와 그로 인해 쏟아질 새로운 경쟁 기기의 물결에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 인재, 빠져나간다



이같은 인력 쇄신에도, 잇따른 인재 이탈은 애플 내부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WSJ는 “최근 몇 달 동안 수십 명의 애플 직원이 경쟁사인 오픈AI와 메타로 이직했다”며 “이는 수년에 걸쳐 이어져 온 장기적 두뇌 유출의 일환으로, 애플은 핵심 혁신가들을 잃고 경쟁사들은 디지털 기기의 왕을 위협할 지식을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애플의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인 디자인 부문에서조차 인력 유출은 심화되고 있다. 지난 3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스레드를 통해 애플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디자인 책임자인 앨런 다이를 영입한다고 밝혔다. 다이는 약 20년 동안 애플에서 근무했다. 아이폰 앱 아이콘을 흐르는 유리 질감으로 표현한 ‘리퀴드 글라스’ UI를 도입하는 등 애플의 디자인 언어를 구축해온 핵심 인물이다.

애플의 디자인 요소 '리퀴드 글라스' UI를 도입한 디자인 책임자 앨런 다이는 메타로 자리를 옮긴다. 사진은 리퀴드 글라스가 적용된 아이폰 화면. 사진 애플

애플의 디자인 요소 '리퀴드 글라스' UI를 도입한 디자인 책임자 앨런 다이는 메타로 자리를 옮긴다. 사진은 리퀴드 글라스가 적용된 아이폰 화면. 사진 애플





애플 생태계 흔드는 규제



내부적으로 인력·조직 불안에 직면한 가운데, 외부에서는 DMA(디지털시장법)를 비롯한 규제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을 둘러싼 소송과 각국의 규제 강화 기조는 애플에 지속적인 부담이다. 애플은 지난 4월 DMA를 위반했다는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결론에 따라 5억 유로(약 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보안을 핵심 가치로 유지해온 폐쇄적 생태계 기반 사업 모델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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