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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한 그릇? 차라리 햄버거 먹는다"···직장인 점심 풍경 완전히 바뀌었다, 왜?

서울경제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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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한 그릇? 차라리 햄버거 먹는다"···직장인 점심 풍경 완전히 바뀌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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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 씨(32)는 요즘 점심시간마다 자연스레 햄버거 가게로 향한다. 원래는 따뜻한 한식을 좋아했지만 국밥 한 그릇 가격이 1만 원을 넘기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패스트푸드를 선택하게 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외식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1만 원 이하로 세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직장인 사이 ‘가성비 점심’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엔 “햄버거가 너무 비싸졌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엔 오히려 국밥·칼국수 등 전통 점심 메뉴가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7400원, 단품은 5500원에 판매된다. 점심 시간대 런치 할인을 활용하면 세트를 6000원대에도 먹을 수 있다. 외식 전반의 가격 상승 속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폭이 낮은 패스트푸드 메뉴의 경쟁력이 두드러진 셈이다.

반면 종로·광화문 등 오피스 밀집 지역 국밥 가격은 대부분 1만2000~1만3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1만 원 이하 국밥은 이제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밥의 ‘서민 음식’ 이미지도 희미해지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 흐름도 뚜렷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기준 외식 인기 메뉴 8종 평균 가격은 지난해 12월 대비 3.44% 올랐다. 대표 서민 음식인 칼국수는 같은 기간 9385원에서 9846원으로 4.91% 상승했다. 2015년 10월 평균가(6545원)와 비교하면 10년 새 50% 넘게 오른 수치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버거 업계는 지난해 뚜렷한 실적 회복을 기록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8% 증가한 1조2502억 원, 영업이익 117억 원을 기록하며 8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롯데리아도 매출 9954억 원, 영업이익 391억 원으로 각각 7.7%, 88% 늘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롯데리아의 매출 1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의 지난해 매출은 7927억 원, 영업이익은 384억 원으로 각각 6.3%, 60.7% 증가했다. 맘스터치도 매출 4179억 원, 영업이익 7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7%, 21.8% 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식재료비·인건비·임대료 문제까지 겹치면서 전통 식당들의 가격 인상 압박이 크지만,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대량 구매와 원가 관리에 유리해 가격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물가 부담을 체감하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의 패스트푸드를 선택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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