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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에겐 브로드밴드, 이재명 대통령에겐 ASI" 손정의 인사이트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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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에겐 브로드밴드, 이재명 대통령에겐 ASI" 손정의 인사이트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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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브로드밴드였고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AI였습니다. 이번에 제가 대통령님께 드리고 싶은 제언은 바로 ASI(초인공지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손정의(마사요시 손)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접견했다. 25년 전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만나 "첫째도, 둘째도 브로드밴드"를 외치며 한국을 IT 강국으로 이끌었던 손 회장은 이날 이 대통령 앞에서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접견장에서 전날 내린 첫눈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풀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는 첫눈을 귀하게 여겨 서설(瑞雪)이라고 하는데, 손 회장님은 이전에도 김대중 대통령님, 문재인 대통령님 때 좋은 제안을 해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며 "오늘도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좋은 제안과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환영했다.


이 대통령은 나아가 "한일 간 AI 분야 협력이 중요하다"며 손 회장에게 가교 역할을 당부하는 한편 최근의 AI 거품론을 의식한 듯 "최근 AI 버블 논란이 있는데 손 회장님은 다른 견해를 가진 것 같다"며 견해를 물었다.

손 회장은 과거 한국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회고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땐 브로드밴드를 강조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AI를 강조했다"면서 "이번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ASI다. 초인공지능을 뜻하는 ASI가 다음번 임박한 기술"이라고 단언했다.

손 회장은 범용인공지능(AGI)과 초인공지능(ASI)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AGI가 언제 실현될지 논란이지만 이는 질문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AGI는 등장할 것이고 인간 두뇌보다 똑똑해질 건 확실하다"면서 "AGI가 인간 두뇌와 1대 1로 동일한 수준이라면, ASI는 인간 두뇌보다 1만 배 뛰어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가 던질 질문은 AGI가 아니라 ASI가 언제 등장하느냐다"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어 "이제는 인류가 금붕어가 되고 AI가 인간이 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며 인간의 지적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이 "과학 분야나 분석 영역이 아니라 노벨문학상까지 ASI가 석권하는 상황이 올 것 같으냐"고 묻자, 손 회장은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AI의 위험성과 통제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논의도 오갔다. 손 회장은 "우리가 마치 집에 있는 강아지를 죽이려 하지 않는 것처럼 AI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AI를 통제하고 가르치고 관리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방식을 통해 AI와 조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ASI가 우리를 공격하거나 먹을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손 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체적인 개와 고양이는 그러지 않겠지만 사나운 개가 있다면 걱정되는데 잘 해결될까요"라고 반문하며 AI 안전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핵심 정책인 AI 기본사회를 손 회장에게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상하수도처럼 대한민국 내에서 모든 국민, 모든 기업, 모든 집단이 AI를 최소한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대한민국은 AI의 위험함과 유용성을 모두 알고 있으며, 위험함은 최소화하고 유용성 측면에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손 회장이 과거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한국을 위해 막후 역할을 했던 사실을 공개하며 감사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손 회장께서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 상당한 도움과 조언을 주신 것을 모를 것"이라며 사의를 표했다.

이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 대통령이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축하하자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는 8번 우승했다. 아직 만족하기 이르다. 10번 우승해야 한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면담에는 대통령실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정부 측에서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배석해 구체적인 AI·반도체 인프라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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