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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도 별 수 없네"… 7000억원 어치 비트코인 ETF 샀다가 수백억원 날려

디지털데일리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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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도 별 수 없네"… 7000억원 어치 비트코인 ETF 샀다가 수백억원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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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운용 수익률 경쟁 대학에 뒤처지는 가운데 가상자산 변동성 직격탄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대학으로 손꼽히는 하버드대학교가 지난 분기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대폭 확대했으나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급락세로 인해 쓴맛을 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하버드대 기금은 지난 3분기 블랙록의 현물 ETF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보유량을 490만 주 가량 추가 매수하며 공격적인 베팅에 나섰다. 이에 따라 하버드의 비트코인 ETF 보유액은 약 5억달러(약 70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이 이번 분기에만 20% 이상 하락하면서 하버드의 투자 성적표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월가 기관투자자부터 개인, 밈코인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시장 전반을 강타한 '크립토 윈터'의 한파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하버드가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되기 전인 10월 초에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면 손실을 피하거나 소폭의 차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하버드가 지난 분기 매집한 490만 주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을 경우다.

구체적인 매입 단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비트코인 가격이 가장 낮았던 7월 초에 ‘저점 매수’했다고 가정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대입하더라도 14%의 평가손실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약 2억 9400만달러 (약 4116억원)였던 매입 원금은 현재 2억5500만달러(약 3570억원) 수준으로 급감하게 된다.


물론 570억달러(약 80조원)에 달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하버드 기금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이번 손실이 기금 전체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은 보수적인 대학 기금이 비트코인 급등 이후에도 투자를 대폭 늘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기관 투자자들의 주류 자산으로 편입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임과 동시에, '고점 매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외에도 브라운대가 약 1400만달러(약 196억원), 에모리대가 약 5200만달러(약 728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ETF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투자 규모가 하버드보다 훨씬 작아 상대적으로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하버드 기금 운용팀(HMC)의 성과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나르브 나르베카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하버드 기금은 지난 8년간 연평균 9.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마감된 2024 회계연도 기준 수익률은 11.9%로, 경쟁 대학인 MIT(14.8%)나 스탠퍼드(14.3%)에 뒤처지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연기금이나 대학 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인 평가손실은 즉각적인 현금화 압박이 없는 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2022년 가상자산 폭락장에서도 많은 공적 연금들이 손실을 입었으나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5배 이상 급등하며 만회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본질적인 변동성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하다. 제이 해트필드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CEO는 "도박을 할 때는 보유(Hold)하는 것이 아니라 팔아야 한다"며 가상자산이 장기 투자처로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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