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아시아경제 언론사 이미지

[조용준의 여행만리] 걷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절경‥금오도 비렁길

아시아경제 조용준
원문보기

[조용준의 여행만리] 걷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절경‥금오도 비렁길

속보
정청래 "당원 1표제, 재부의 어려워…지선 룰은 수정안 낼 것"
다도해 펼쳐지는 '매봉 전망대'
해식 절벽 짜릿한 '비렁 다리'
비렁길 5개 코스 18.5km 절경
봄엔 장관 이루는 '동백 원시림'
걸을수록 깊어지고 아름다운 비렁길
바다와 절벽이 어우러진 완벽한 하루
금오도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섬'
1~5코스중 난이도 높은 3코스 절경
해식절벽을 이어주는 출렁다리인 '비렁다리'

해식절벽을 이어주는 출렁다리인 '비렁다리'


비렁길이 이어지는 금오도 서쪽 해안절벽

비렁길이 이어지는 금오도 서쪽 해안절벽


비렁길을 걷다보면 깎아지른 해안절벽을 만나게 된다

비렁길을 걷다보면 깎아지른 해안절벽을 만나게 된다


초겨울이지만 따뜻한 날씨로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금오도

초겨울이지만 따뜻한 날씨로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금오도


2코스에서 3코스로 접어드는 해안절벽

2코스에서 3코스로 접어드는 해안절벽


숲터널이 지나면 바다가 짠하고 나타난다

숲터널이 지나면 바다가 짠하고 나타난다


여수 앞바다에는 317개의 섬이 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다도해(多島海)입니다. 그중 뭍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섬이 하나 있습니다. 황금빛 자라를 닮았다는 금오도(金鰲島)입니다. 여수에서는 더 이상 섬이라 할 수 없는 돌산도 다음으로 크고, 전국에서도 21번째 가는 큰 섬입니다. 물리적 크기도 작지 않지만 풍경의 크기는 더 어마어마 합니다. 이 섬에는 '비렁길'이라 불리는 다도해 절경을 바라보며 걷는 해안 절벽 길이 있습니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사투리입니다. 원래 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고 지역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다니던 해안 길입니다. 군데 군데 높낮이는 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와 함께 걷는것만으로도 신나는 경험입니다. 그 뿐인가요. 비렁길만큼 유명한 게 또 있습니다. 바로 방풍입니다. 전국에 유통되는 방풍의 95%가 금오도에서 난다고 할 정도입니다. 풍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유명해졌습니다. 비렁길을 걷고난 후 방풍전, 방풍전복칼국수 한 그릇이면 생각지도 못했던 호사에 감동하게 됩니다.

여수 돌산 신기항에서 출발한 배는 20분 만에 금오도 북쪽 여천항에 닿았다. 섬에 내리자마자 늦가을의 풍광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겨울 초입에 들어섰지만 남도의 바람은 따뜻했다. 그만큼 늦가을의 추억도 길다.
돌산 신기항에서 출발한 금오도행 여객선

돌산 신기항에서 출발한 금오도행 여객선



섬 서편으로 조성된 '비렁길'5개 코스는 총 18.5km로 8시간 30분을 잡는다. '비렁'은 벼랑의 사투리이니, 곧 '비렁'을 따라 섬을 에둘러 돌아가는 트레킹 코스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을 토대로 조성해 곳곳에서 금오도 주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걸음을 재촉하면 하루 안에 전부 둘러볼 수 있지만 여유롭게 자연을 만끽하며 걷자면 1박2일이 적당하다. 당일 나와야 한다면 1개나 2개 코스가 좋다. 관광안내소의 추천을 받아 3코스를 걸었다.


직포마을에서 3코스를 시작했다. 비렁길 코스중 군데군데 높낮이는 가장 많은 구간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전망대, 출렁다리, 숲 등 비렁길의 볼거리는 다 가지고 있다.

출발부터 빼곡한 동백나무 숲이 터널을 이룬다. 간간이 하늘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갈바람통 전망대'까지 약 1km를 걷는 내내 울창한 숲이다. 이 나무 저 나무로 재빠르게 몸을 옮기는 작은 새는 노래하듯이 경쾌하게 지저귀었다. 이 모든 풍경에 잔잔한 파도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매봉전망대 아래 데크길

매봉전망대 아래 데크길


갈바람통전망대 지난 나타나는 해안절벽

갈바람통전망대 지난 나타나는 해안절벽


바다 비렁길을 보러 왔건만 바다는 빽빽한 숲에 가려 한줌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만큼 금오도에는 비자나무·동백나무 등 수목이 울창하다. 잣나무·소사나무·유자나무·동백나무·비자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옛사람은 금오도를 '거무섬'이라고 불렀다. 산림이 워낙 우거져 멀리서 보면 온통 검단다. 이유가 있다. 1884년까지 이 섬에는 민간인이 살 수 없었다. 조선왕조가 '봉산(封山)'으로 지정해 함부로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했다. 여기서 나는 나무는 전부 한양으로 옮겨져 왕의 관(棺)을 만드는 데 쓰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나자 거짓말처럼 뻥 뚫린 바다가 펼쳐졌다. 깎아지른 절벽에 자리한 갈바람통 전망대다. 바다는 '에메랄드빛', '옥빛' 등의 흔한 표현을 갖다 붙이기엔 물빛의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하고 아름답다.

한참을 서서 바다를 보다 나선길 다시 숲길이다. 이번엔 울창한 동백숲이다. 단풍이 진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직 동백이 필 시기가 아니라 붉은 동백은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숲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덧 매봉전망대에 도착했다.
비렁다리

비렁다리


다도해의 바다

다도해의 바다


매봉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객들

매봉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객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금오도는 또 달랐다. 비렁길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인만큼 드넓게 펼쳐진 바다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린다. 절벽 끝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서 있다보면 도시의 소음과 일상의 무게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저 멀리 오목하게 들어간 해안마다 작은 마을이 자리했다. 3코스 종착점인 학동마을 뒤로 심포마을이 아스라이 보였고, 바다에는 안도와 소리도가 둥둥 떠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바닷물이 파고든 좁은 해안 절벽을 연결하는 '비렁다리'를 건넌다. 다리 중간을 투명 유리로 마감해 수십 미터 아래 벼랑의 아찔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걸을때마다 출렁이는 다리에 오금이 저린다. 아래가 낭떠러지 바닷가니 왜 아니겠는가. 장난치면 건너가는 여행객때문에 한참을 난간을 잡고 서 있다 다리를 건너간다. 비렁다리를 지나면 3코스 시작지인 직포마을로 되돌아가는 길이 나온다. 차량을 이용해 왔다면 매봉전망대나 비렁다리에서 되돌아가는게 맞다. 마을버스를 이용하거나 4코스를 이어서 걸으려면 3코스 종착지인 학동마을까지 가면된다. 비렁다리를 지나 20여분 가자 조그만 해안이 나온다. 종착지인 학동마을이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본 늦가을 바다는 미동도 없이 잔잔하기만하다. 그 바다위로 반짝 반짝 찬란한 햇살만 부서지고 있었다. 눈이 부셔 바다를 쳐다볼 수 없을 정도다.

금오도(여수)=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여행정보
▲가는길=금오도 비렁길은 모두 5코스(18.5㎞)로 금오도 서쪽 해안가를 따라서 이어진다. 배편은 여수연안 여객선터미널, 돌산 신기항, 백야도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이 중에서 돌산 신기항~금오도 여천 구간에 배편이 가장 많다. 편도 기준 어른 5000원,

▲먹거리=방풍이 유명하다. 3~4월에 채취한 게 가장 맛있다. 금오도에는 방풍을 활용한 음식을 내놓는 곳이 여럿있다. 그중 친환경방풍전복칼국수집은 남편 따라 섬에 들어온지 30년 된 주인할머니가 정성스럽게 내놓는 방풍전과 방풍전복칼국수(10000원·사진)가 맛깔스럽다.

▲볼거리=안도대교가 개통되면서 금오도와 한 몸이 된 안도를 빼놓을 수 없다. 섬에 들면 조용하다. 선착장 오른쪽 야산은 발품 팔아 오를 만하다. 산정에 서면 반월형의 몽돌해수욕장 등 작고 예쁜 안도의 전경과 멀리 다도해 풍광이 잘 어우러진다. 안도 최고의 풍경 포인트를 꼽으라면 단연 백금포해수욕장이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기 맞춤한 데다, 물색 또한 연한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다.

금오도의 해넘이 풍경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해거름이면 파스텔톤의 파란색 바다 위로 석양빛이 물드는데, 시간이 흐를 때마다 진노랑에서 주황색으로, 붉은빛 감도는 자주색으로 빛깔을 달리한다. 낙조 감상 포인트는 함구미마을 위쪽. 이른 아침 망산(344m) 봉수대에 올라 장엄한 해오름 풍경과 만나는 것도 좋겠다.

금오도(여수)=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