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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학대로 숨진 동료 선원 바다에 던진 조리장, 징역 4년 확정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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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학대로 숨진 동료 선원 바다에 던진 조리장, 징역 4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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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살인방조죄도 인정
조업 중인 어선에서 선장의 학대로 동료 선원이 숨질 때까지 방조하고 사체를 바다에 버린 혐의로 기소된 선박 조리장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살인방조·폭행·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어선 조리장 A씨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t급 새우잡이배 조리장인 A씨는 작년 3~4월 전남 신안군 흑산도 해상에서 조업하는 배 위에서 선원인 피해자(50)를 7차례 폭행하고, 선장의 극심한 학대로 피해자가 숨질 때까지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배는 한 번 출항하면 날씨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개월 이상 입항하지 않아 선장과 선원 7명이 함께 먹고 자며 생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배 위 상황은 CCTV 와 다른 선원들의 진술로 드러났다. 선장은 피해자를 손과 발로 마구 때렸고 이에 그치지 않고 드라이버와 쇠스랑, 밧줄, 고무채찍 등 도구를 이용해 전신을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얼굴도 보기 싫다’는 이유로 이미 쇠약해진 피해자를 비바람이 들이치는 갑판 구석이나 어구를 쌓아두는 곳에서 잠을 자도록 하기도 했다. 피해자는 휴대전화를 빼앗겨 외부에 구조 요청도 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조리장인 B씨도 7차례 피해자를 손발로 때린 것으로 나타났다.

살해 당일 피해자는 며칠간 음식을 먹지 못한 채 극심한 저체온과 영양결핍으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선장에게 폭행을 당하다가, 조타실로 옮겨진 후 15분 만에 저체온 등으로 숨졌다. A씨는 피해자가 숨진 이튿날 선장과 함께 시신을 그물에 감고, 떠오르지 않도록 쇠뭉치를 묶어 바다에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은 A씨의 폭행·시체유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살인방조는 무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망망대해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선장으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하면서 극단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살인방조죄까지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원들이 공동 생활하는 구조상 서로의 생명·신체를 보호해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었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A씨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 한편, 살인·시체유기 혐의로 함께 기소됐던 선장은 1·2심에서 징역 28년을 선고받고 상고하지 않으면서 먼저 형이 확정됐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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