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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 칼럼] AI 전쟁의 승패는 '기업가정신'에서 갈린다

아주경제 칼럼니스트 기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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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 칼럼] AI 전쟁의 승패는 '기업가정신'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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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 GPT 생성]

[사진=챗 GPT 생성]


전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AI 시장 규모는 2025년 7575억8000만 달러에서 2034년 3조6804억7000만 달러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10년간 연평균 19.20%라는 성장률이다. 이러한 증가폭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산업 지형 전체가 바뀌는 ‘구조적 전환’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술혁신의 시대에 정작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기술은 이미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재가 되어가고 있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을 사업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 즉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흔히 말하는 창업 의지나 자본 보유 여부와는 다르다.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는 이를 기회 인식, 위험 감수, 실행력, 혁신성이라는 행동 역량의 조합으로 규정한다. 보이지 않는 기회를 먼저 보고,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며,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 이것이 기업가정신의 핵심이다.

필자의 연구 결과도 다르지 않다. 16개 광역시·도의 기회인식 능력, 위험 감수 성향, 자기효능감, 혁신성을 측정한 결과, 이러한 심리·행동 지표가 높은 지역일수록 단순 창업률이 아니라 경제성장률·부가가치 창출에서 확연한 우위를 보였다. 기술이나 자본의 투입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의 의지와 행동이 만든 성장이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승부는 어디에서 결정되는가. 기술은 이미 넘쳐난다. 문제는 그 기술로 시장을 흔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가적 리더십이다.

OpenAI의 사례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OpenAI는 뛰어난 AI 모델을 하나 만들고 끝내지 않았다. 전 세계 투자자와 산업 생태계를 빨아들이는 자본, 네트워크, 전략까지 결합해 ‘판 전체’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생산(technology) + 설득(capital) + 실행(execution)’이라는 삼단 구조다. AI의 미래를 바꾸는 것은 기술력보다 기업가정신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기술 경쟁을 넘어선 기업가정신의 발현이다. 실패를 감수하는 제도적 안전망, 연구실의 아이디어가 시장으로 이어지는 사업화 경로, 혁신과 창업을 존중하는 사회문화. 이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AI 투자는 모래 위에 집 짓기와 다름없다. 반대로 이 기반이 마련되면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 경제 전체의 성장 엔진이 된다.

AI는 이미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다. 그러나 그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의 행동을 이끄는 기업가정신이다. AI 시대의 승자는 기술을 가진 자가 아니다.기회를 먼저 보고, 먼저 뛰어든 자다.
아주경제=칼럼니스트 기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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