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협회, 전통시장에 공들이는 이유
협회·손보사, 3년간 전통시장 현장 누벼
소화기 1만4000대·안전디자인 6종 적용
협회·손보사, 3년간 전통시장 현장 누벼
소화기 1만4000대·안전디자인 6종 적용
강영구(왼쪽 첫 번째)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이 지난해 9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현대시장 상점가에서 열린 ‘모두가 안전한 전통시장 만들기’ 캠페인에서 정성관(오른쪽 첫 번째) 상인회 회장, 답십리 현대시장 상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한국화재보험협회 제공] |
“전통시장에 큰불이 나면 정부를 먼저 찾던 구조에서, 보험을 먼저 떠올리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최근 힘 쏟는 정책이 ‘위험관리의 선순환’이다. 안전시설이 갖춰지면 화재 위험이 낮아지고, 위험이 낮아지면 보험료도 내려간다. 보험료 부담이 줄면 가입률이 올라가고, 가입률이 오르면 사고가 나도 정부 재정에 기대지 않고 복구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전통시장은 화재에 취약하다. 2013~2022년 10년간 전통시장 화재는 509건, 피해액은 1387억원에 달한다. 반면 화재보험 가입률은 29.3%(2022년 기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서천특화시장 화재로 292개 점포 중 227개가 잿더미가 되기도 했다.
협회가 3년째 전통시장 화재예방 캠페인에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협회는 2023년 5월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소방청, 금융감독원, 12개 손해보험사와 ‘화재 등 재난예방 및 안전문화 확산’ 업무협약을 맺었다. 17개 기관이 손잡은 이례적인 민관 협력이었다. 이후 캠페인은 세 방향으로 펼쳐졌다.
첫째, 소화기 배포다. 협회는 2023년 전국 432개 전통시장에 6340대, 2024년에는 217곳에 8000대를 지원했다. 지금까지 배포한 소화기만 약 1만4000대다. 강 이사장은 2023년 9월 남대문시장을 직접 찾아 소화기 250대를 기증하고, 상인에게 초기 진압 요령을 알려주기도 했다.
둘째, 안전 디자인 시범사업이다. 행정안전부·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손잡고 남대문시장에 소화기 ▷위치 안내 ▷비상구 표시 ▷화재대피 유도선 ▷3D 피난안내도 등 6종의 안전디자인을 적용했다. 복잡한 골목 구조 속에서도 대피 경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모델은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셋째, 안전벽화 조성이다. 대구 서문시장에는 화재예방 메시지를 담은 대형 벽화가 들어섰다. 증강현실(AR) 기술까지 접목해 시장 곳곳에서 상시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장치다.
메시지 전략도 달라졌다. 지난해 협회는 “불안함을 피하지 마세요”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적절한 경각심이 오히려 사고를 막는다는 역발상이다. 주택, 전통시장, 산림 등 상황별로 만든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00만회를 넘겼고, ‘2024 대한민국 커뮤니케이션대상’ 광고·공익캠페인 부문을 수상했다. 딱딱한 공익 캠페인이 대중의 공감을 얻는 콘텐츠로 진화한 셈이다.
강영구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은 보험업계의 역할이 사후 보상에서 사전 예방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강조하면서 “사고 이전 단계에서 위험을 미리 읽고 예방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