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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연말 자금수혈 속도전…CD 순발행액 60조 돌파

헤럴드경제 유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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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연말 자금수혈 속도전…CD 순발행액 60조 돌파

속보
청도 열차사고 하청업체 대표·관리자 등 3명 구속
 CD금리 반등에 발행 재개
 3%대 발행 금리도 등장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 압력


은행권이 연말을 앞두고 양도성예금증서(CD)을 통한 자금 수혈에 나서면서 순발행액이 6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등 건전성 지표 관리와 예적금 만기 대응 부담이 맞물리면서 은행채에 CD 물량을 동원해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내년에도 CD 발행 물량이 계속 늘어날 경우 관련 금리가 연동된 대출금리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CD, 연말 수요에 순발행액 60조원 회복=5일 코스콤·채권시장에 따르면, 은행권 CD의 순발행액은 60조1250억원(지난달 26일)으로, 60조원을 돌파했다. 60조원대를 회복한 건 6월 중순(60조270원)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10월 15일(52조440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반 만에 8조810억원이나 늘어났다. 하반기 들어 54조~55조원대를 유지하던 순발행 규모는 연말로 갈수록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CD는 은행이 기업 등 경제주체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으로 이해하면 쉽다. 만기가 1년 이상인 은행채와 달리 30일·60일·90일도 가능해 은행의 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최근 은행이 CD 발행을 크게 늘린 이유는 자금 조달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 CD는 지난달부터 상환보다 발행이 많은 순발행(월별) 기조로 돌아섰다. 6월부터 CD 발행은 9월(순발행 1650억원)을 제외하고는 줄곧 순상환 기조를 이어왔다. 10월에는 2조8700억원에 해당하는 대규모 상환도 이뤄졌다. 하지만 11월 들어 순발행액이 1조3550억원으로 증가 전환했다. 4월(5조2500억원)·2월(3조4950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다.

은행권에서 증권가로의 ‘머니무브’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은행권 수신은 전월 대비 22조9000억원 감소한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50조6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내달 연 4~8%의 수익을 돌려주는 종합투자계좌(IMA) 출시도 앞두면서 은행권의 자금 이탈 우려도 커진 상태다.

▶CD 금리 제자리 찾기에 발행도 기지개=최근 CD 금리 왜곡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발행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반기 내내 발행 물량 부족으로 CD 금리가 눌리는 악순환이 이어졌지만 이달 들어 억눌렸던 금리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지난 4월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반영되며 CD 91일물 금리가 기준금리(2.75%)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고, 이후 시장금리 반등 구간에는 CD금리의 상승 속도가 더뎌 상품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들어 뚜렷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CD 91일물 금리가 하루 만에 9bp (1bp=0.01%)오르는 급등세를 나타났다. CD 금리가 하루에 3bp 이상 움직이는 경우가 드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변동성이다. 같은 날 3개월물 AAA 등급 은행채(2.715%)가 전 거래일 대비 2bp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해도 가파르다. 이는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 CD 91일물 금리는 지난 12일까지 2.6%대에 머물렀지만 2.8%까지 올라섰다.

최근 지방은행 CD 발행 금리는 3%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제주은행과 광주은행은 1년물 CD를 각각 3.05%, 3.02%에 발행했다. CD 발행 시장에서 3%대 금리가 등장한 건 올 2월 이후 처음이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최근 CD 금리가 시장금리 상승 영향을 단기간에 크게 받으면서 발행이 재개되는 분위기”라며 “연말에는 은행권 결산 작업과 LCR 관리 부담이 겹치면서 CD 조달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내년에도 은행들의 CD 순발행 기조가 이어질 경우, CD 금리 상승이 은행권 대출금리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대출금리는 정책적 요인도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신금리를 기반으로 움직인다”며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수신금리도 일정 부분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