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통합평가 1년 단위 시행 가닥
단기성과 지향, 장기연구 위축 불가피
연구기관에서 일괄적 적용 어려워
단기성과 지향, 장기연구 위축 불가피
연구기관에서 일괄적 적용 어려워
전라남도 고흥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 위성시험동에서 연구원들이 누리호 3단에 장착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사출관 최종 점검 작업을 수행하고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평가주기 단축은 정량적 단기성과에만 몰입하게 만들 것.”
“매년 평가준비만 하다 날샐 판. 노벨상 받을 수 있는 장기연구는 사실상 불가능.” (과학계 관계자)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평가주기가 내년부터 기존 3년(경영), 6년(연구)에서 1년 단위 통합평가로 전면 개편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연구개발(R&D) 생태계를 복원하고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장기연구를 가능케 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만든다는 평가다. 일선 연구현장에서는 평가개편이 오히려 단기성과에 집중하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출연연 평가는 기관 경영평가 3년, 연구개발(R&D) 평가는 6년 주기로 시행돼왔다. 기관 운영분야는 기관 행정을 중심으로 혁신성, 사회기여도 등을 평가하고 연구분야는 각 연구기관별 특수성을 고려해 평가하고 있는 것.
1년 단위로 개편되는 통합평가 체계는 경영부문 40%, 연구개발 부문 60% 비중으로 구성된다. 기존 영역별 계획(성과목표) 대비 달성도는 기관혁신성과, 대표연구성과 중심으로 바뀌고 증빙까지 약 1000페이지에 달하던 실적 보고서를 최대 30페이지 이내로 간소화해 행정부담을 최소화한다. 기존 경영평가에 연동되왔던 기관장의 연임여부와 성과급 지급을 연구기관 전 구성원의 성과급, 경상비, 사업비로 확대 지급할 방침이다. 특히 평가 최우수기관의 1%의 우수연구자에게는 최대 1억 2000만원의 성과급을 주는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출연연 평가를 담당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관계자는 “기존 기관평가는 기관장 임기와 연동되어서 평가기간, 평가내용이 매우 복잡하고, 평가실무자도 평가지표, 각종 내용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면서 “개편안이 경영부문과 연구부문으로 지표를 간소화하고, 세부지표도 간략히 정리하여 기관에 제시해 이를 평가하는 것은 기관과 실무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평가제도 개편은 출연연 연구현장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장기연구보다는 단기 연구성과에 몰입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이러한 평가체계는 일반적인 공공기관에서나 가능하며, 연구기관에서의 일괄적인 적용은 어려운 측면이 강하다”면서 “각 연구기관마다 연구특성, 전문성이 상이해서 일괄적인 평가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특정 연구기관에만 유리한 측면을 제공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기존 평가에서처럼 인력 및 예산규모가 큰 연구기관이 중소 연구기관에 비해 더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출연연의 서열화, 이른바 줄세우기가 현실화 될 수 있다.
특히 매년 평가와 연동된 성과급 지급으로 인해 각 연구기관들은 실패없는 연구성과에만 집중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또 보고서 작성 간소화 등 행정부담을 최소화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여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수반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학계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개발을 적극 장려하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이 같은 평가체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노벨상과 같은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중장기적 연구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는 그간 출연연 평가가 전 영역에 대한 성과를 평가함으로써 1000페이지 가까운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평가부담이 높다는 현장 의견이 많아 개편을 추진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장간담회, 시범평가 실시 등 현장과 소통하며 마련했으며, 중장기 연구에서 창출된 대표실적(3개 이내) 위주로 전환하여 30페이지 이내 보고서 제출 방식으로 개선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평가 결과에 따라 전 구성원 성과급 및 우수 연구자 상여금 지급 등 환류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라면서 “새로운 평가체계가 출연연 연구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하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구본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