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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관람가인데 왜 자극적?” OTT 시대, 등급체계 손본다

서울경제 부산=조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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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관람가인데 왜 자극적?” OTT 시대, 등급체계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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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11세 한 묶음 ‘전체관람가’
등급분류 체계 손질 필요성 제기
영등위, 영상물 등급체계 개편 착수
‘한국형 페어런츠 가이드’ 도입 검토


유튜브와 OTT 등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미디어 이용 환경이 급변하면서, 영상물 등급체계를 보다 세분화하고 보호자 안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형 페어런츠 가이드(Parents Guide)’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영유아·미취학 아동의 디지털 이용 연령이 낮아졌지만 ‘전체관람가’ 등급의 폭이 지나치게 넓은 탓에 보호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부산 영상산업센터에서 ‘디지털 플랫폼 시대, 등급분류의 변화와 확장’을 주제로 등급분류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숏폼·AI 기반 콘텐츠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현행 등급분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영등위를 영상물 사후관리·미디어 교육의 허브기관으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미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발제에서 김미경 청운대 교수는 “추천 알고리즘이 시청 환경을 주도하는 시대에는 짧은 화면 노출과 간단한 픽토그램만으로 자녀에게 어떤 유해 요소가 있는지 보호자가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체관람가 등급이 0세부터 11세까지 광범위한 연령을 하나로 묶어 미취학 아동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학부모 설문에서도 전체관람가 콘텐츠임에도 “자극적이다” “방송에는 7세 등급이 있는데 영화·OTT에는 없다”는 의견이 다수 확인됐다.

김 교수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영국·뉴질랜드 등이 운영 중인 ‘페어런츠 가이드’ 모델을 제시했다. 해당 모델은 연령등급과 함께 구체적 장면 설명과 유해요소 강도, 부모 대상 이해자료 등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한국형 Parents Guide’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해외 온라인 등급제도 흐름이 소개됐다. 원숙경 동의대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는 사전 규제 중심의 기존 틀을 벗어나 정보 제공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확장형 등급정보 체계 구축과 플랫폼 책임 기반의 공동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발제에서는 ‘영상물 등급분류 레이터러시’가 미래 미디어교육의 핵심 역량으로 제시됐다. 박성복 한양대 교수는 “유해 영상물이 무차별 확산되는 시대에 등급기준의 핵심 요소 7가지를 토대로 영등위가 실천적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면 등급 여부와 관계없이 연령·정서에 맞는 콘텐츠 선택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학계·OTT 업계·법조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플랫폼 책임 범위, 알고리즘 추천 구조 개선, 아동 보호 장치 강화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김병재 영등위 위원장은 “온라인 중심의 미디어 전환 속도는 기존 등급체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Parents Guide 도입 검토, 등급정보 체계 확장, 리터러시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이용자 보호와 선택권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 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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