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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공장 건설에 1만8천개 규제"…NYT, 美제조업 난제 지적

연합뉴스 임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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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공장 건설에 1만8천개 규제"…NYT, 美제조업 난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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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애리조나 공장 사례 집중 조명…수많은 규제, 인력부족 등 걸림돌
2022년 12월 미 애리조나 TSMC 시설 방문한 팀 쿡 애플 CEO[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12월 미 애리조나 TSMC 시설 방문한 팀 쿡 애플 CEO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을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지만, 각종 규제 장벽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공장 건설부터 어려운 여건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NYT는 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이 어려운 1만8천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만 TSMC가 애리조나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한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미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겪는 어려움의 실상을 자세히 소개했다.

TSMC와 협력사들은 애리조나주 피닉스 북서부의 황량한 소노라 사막에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넓은 1천149에이커(약 4.65㎢)의 반도체 생산 단지를 건설 중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금액은 1천650억달러(약 243조원)에 달한다.

NYT는 TSMC 등 업체들이 지도 위의 백지와 같았던 지역을 '실리콘 사막'으로 바꾼 과정은 "복잡한 관료주의가 종종 야심 찬 비전을 가로막아 혼란과 불확실성, 지연을 초래해온 미국 사회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낸다"며 "이는 관성을 강화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TSMC는 대만 본토에서 자원과 인력, 규제 승인을 확보하는 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왔지만, 미국에서는 시(市), 카운티, 주(州), 연방정부 단위로 층층이 쌓여있는 복잡하고도 막연한 규제를 해결하느라 씨름해야 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올해 초 국립대만대학교 강연에서 미국 공장 건설과 관련해 "모든 단계마다 허가가 필요하며, 허가가 승인된 후에도 대만보다 최소 2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게다가 해당 산업에 대한 규정이 지방 차원에서 존재하지 않아 TSMC가 자체적으로 규정을 새로 마련하고 승인을 얻기 위해 전문가팀을 구성해야 했다고 한다.

웨이 회장은 "결국 1만8천개의 규정을 수립하는 데 3천500만달러(약 516억원)가 소요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규제를 통해 대기·수질 오염을 줄이고 작업장 안전을 강화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관료주의가 점점 더 비대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리콘밸리 연구기관인 미국혁신재단(FAI)의 토머스 호크먼 디렉터는 "미국 제조업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문제 중 상당수는 실질적인 환경 기준과는 거의 무관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주요 건설 계획을 세울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강제하는 국가환경정책법(NEPA)의 경우 금지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단지 "서류 작업을 해야 한다"고만 돼 있어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 공장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 역시 제조 기업들이 극복하기 힘든 난관이다.


TSMC 협력사인 반도체 패키징업체 앰코 테크놀로지는 2023년 애리조나 TSMC 단지와 가까운 피오리아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부지를 옮겨야 했다고 NYT는 전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 건설과 가동 과정에서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운용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

반도체 제조 장비를 설치하고 제대로 작동시키는 데에는 전문적인 훈련과 경험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TSMC는 대만에서 500명이 넘는 숙련 노동자를 데려왔는데, 현지 노조들은 TSMC가 연방 보조금의 취지와 규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이민 당국에 대만 노동자들의 비자 발급을 차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 시설의 전·현직 TSMC 직원 28명이 회사 측을 상대로 낸 소송도 진행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회사가 대만 출신의 고위 관리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이 중국어로 업무를 처리하고 현지 채용 직원을 깎아내리면서 미국인 근로자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NYT는 "TSMC가 애리조나 피닉스를 반도체 허브로 탈바꿈시킨 과정은 미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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