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벤처 투자금 64%인 237조원 AI 스타트업에
벤처 캐피털 원칙 포기한 채 투자 기회 확보 혈안
벤처 캐피털 원칙 포기한 채 투자 기회 확보 혈안
[서울=뉴시스]기술기업 주가 하락에도 벤처 캐피털의 AI 투자가 광란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칼럼을 소개한 X의 글. (출처=X) 2025.12.5.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인공지능(AI) 거품. 올 하반기 주식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된 문구다.
그러나 미국의 벤처투자사들은 여전히 AI투자에서 뒤쳐질 것을 겁내며 전례 없이 빠르고 과감하며 위험을 떠안는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다음은 NYT 보도 요약.
벤처 투자사 사가 벤처스(Saga Ventures)의 설립자 벤 브레이버먼은 기업업무 자동화 AI 개발 스타트업인 디랙(Dirac)의 창업자 필립 아론슈타인(25)에게 자신과 같은 벤처투자자들이 속도를 내야하는 이유를 속사포같이 쏟아냈다.
“기업 설립이 빨라지고 고객도 빠르게 확보하며 규모도 빠르게 커진다. 충격적인 속도를 보인다. 투자자들이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브레이버먼은 아론슈타인을 고급 피트니스 센터로 데려가 벤치 프레스를 함께 하면서 사가 벤처스가 디랙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득할 계획이었다. 아론슈타인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웨이트 트레이닝 동안뿐이었다.
브레이버먼은 “속도가 곧 승부”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이 AI 스타트업 투자를 성사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한 벤처 캐피털은 AI 기업 머코(Mercor)의 22살 먹은 공동설립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전용기 편으로 라스베이거스로 데려가 페라리를 몰게 했다. 머코는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로 평가되는 회사다.
다른 벤처 캐피털은 인턴인 대학생들에게 회사를 창업하라면서 돈을 줬다.
어떤 벤처 캐피털은 젊은 창업가들을 대신해 고객을 연결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등 창업회사의 직원처럼 움직였다.
모두가 숨 돌릴 틈 없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눈이 튀어나올 만한 투자 조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며 출범한 스타트업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는 올해 20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32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2년 전 기업 AI 에이전트(업무 수행 AI) 개발사로 출범한 시에라(Sierra)는 2년 만에 3억5000만 달러의 투자를 모으며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Cursor)는 올해 세 번 투자를 받았고, 기업가치가 270억 달러로 10배 이상 뛰었다.
스타트업 분석 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전체 벤처 투자금의 64%인 약 1610억 달러(약 237조 원)가 AI 스타트업에 투자됐다.
앤스로픽(Anthropic), 오픈AI(OpenAI), 일론 머스크의 엑스AI(xAI) 같은 회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면서 판도를 바꾸고 있다.
투자자들은 인공지능 시장의 기회가 엄청나게 크고, 투자가 성공할 경우 엄청난 성과를 낼 것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액수보다는 최고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조 달러 가치 기업 생겨나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AI 대기업의 평가액이 조 달러를 넘어서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조 달러 가치의 기업들이 태어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 창업자와 투자자들에 자문하는 스미트 파텔은 “앞으로 10년 동안의 승자가 18~24개월 사이에 결정될 것이라고 모두가 느낀다. 엄청난 강박감이다. 투자 속도를 내기 위해 원칙을 포기하고 있다. 속도만이 전략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과도하다는 거품 우려가 팽배하지만 투자자들은 AI 기업 여러 곳이 폭발적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원칙을 무시하고 투자에 속도를 내는데 집중하는 행보를 정당화한다.
커서(Cursor)의 월간 매출은 올 연말에 연간 환산 기준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1년 사이 10배 성장한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올해 연간 환산 월 매출이 20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운영하는 앤스로픽은 지난 1월 10억 달러 수준이던 연간 환산 월매출이 10월에 70억 달러까지 성장했다고 밝혔다.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연간 환산 월 매출이 0에서 200만 달러로 늘리는데 10일이면 충분하다는 글들이 소셜미디어에 숨 가쁘게 올라온다.
AI 스트타업 매출 성장 속도 경이로운 수준
브레이버먼은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에서 그런 성장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면서 “상식으로 여겨지던 모든 규칙이 깨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앱 제작용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비브코드(Vibecode)는 지난해 봄 300만 달러 투자 유치를 희망했으나 제품 개발을 끝내기도 전에 1주일 만에 1500만 달러의 투자 제안을 받았고 9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지난해 8월 앱을 출시한 직후 연간 환산 월 매출이 100만 달러로 뛰어 올랐다.
그러자 수십 명의 투자자들이 비브코드에 몰려들었다. 24살의 비브코드 공동창업자 안쉬 난다는 실리콘 밸리가 자신과 같은 청년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원해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하는 꿈같은 이상향이라고 감탄했다.
벤처캐피탈들이 투자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벤처투자사 ‘목시 벤처스(Moxxie Ventures)’는 캐나다, 프랑스,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에서 창업가를 찾아냈고 이들 일부가 실리콘 밸리로 옮겨오고 있다.
이 회사의 투자자인 케이티 제이컵스 스탠턴은 급성장하기 전의 스타트업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급성장을 시작한 스타트업의 가치가 너무 높아지면 투자금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턴 대학생에 창업 비용 지원
제이컵스 스탠턴은 “창업자들이 투자 라운드가 3일 만에 끝났다면서 미안하다고 말하곤 한다”며 “시장이 속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포어 캐피털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훌륭한 창업자를 찾는 것이 투자 원칙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훌륭한 아이디어가 없거나 아이디어가 신통치 않더라도 창업자의 자질만 우수하면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아포어 캐피털이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게 돕기로 한 것이다.
아포어 캐피털의 투자자 가우라브 제인은 “아이디어를 갖추고 날아오르길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고 강조했다.
아포어는 대학생들에게 인턴십 대신 회사 설립에 매진하라며 2만5000달러에서 50000달러를 지급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대략 30개 회사에 자금을 제공했다. 제인에 따르면 이 창업자들 대부분은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학교를 중퇴했다.
스타트업 발굴회사가 4일 개최한 투자유치 발표 행사에 오른 스타트업 멀티팩터(Multifactor)는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계정을 공유하는 보안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다.
아이디어 부실해도 창업자 자질만 보고 투자
멀티팩터 공동창업자인 비벡 네어는 24살이며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이며 공동창업자 콜린 로버츠는 31살로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한 과학자였다.
두 사람은 지난달 말까지 250명이 넘는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줌 화상회의 이상의 만남을 원했으며 암벽등반, 하이킹, 헬스장 운동, 스포츠 경기 관람, 핫요가 같은 활동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당초 희망했던 1000만~1200만 달러 투자 유치 목표의 몇 배인 4500만 달러의 투자 제안을 받았다. 회사 가치를 1억2000만 달러로 평가하는 제안이었다.
멀티팩터는 1주일 동안 쉴 새 없이 계속된 미팅을 한 끝에 넥서스 벤처스를 주도 투자사로 선택했다. 넥서스는 1500만 달러를 투자금을 조달했고 멀티팩터의 기업 가치는 1억 달러로 평가됐다.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연락이 계속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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