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27년 옥바라지 아내와 갈라선 이유?…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 만델라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원문보기

27년 옥바라지 아내와 갈라선 이유?…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 만델라

서울맑음 / -1.6 °
[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2013년 12월 5일 95세
1990년 2월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 민족운동 지도자 넬슨 만델라(1918~2013)는 27년 만에 석방됐다. 남아공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창설한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에 참여해 투쟁을 벌이다 1962년 8월 체포돼 종신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이어왔다.

석 달 후인 5월 2일 ANC 지도자 만델라와 백인 대통령 프레드릭 데 클레르크는 역사적인 첫 회담을 갖고 소수 백인 지배 체제 철폐와 흑인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 정치 체제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선언했다. 데 클레르크와 만델라는 남아공 인종차별 정책 철폐 노력을 인정받아 1993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만델라는 1994년 4월 27일 흑백 인종이 모두 참여한 총선에서 승리하고 남아공 역사 342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에 취임했다. 전임 대통령 데 클레르크는 만델라 정권의 부통령 직책을 받아들였다.

만델라 대통령 취임. 1994년 5월 10일자 1면.

만델라 대통령 취임. 1994년 5월 10일자 1면.


만델라는 흑백 인종 간 화해에 주력했다. 만델라는 취임사에서 “이제는 우리를 분리시킨 틈새에 다리를 놓아야 할 순간입니다” “결코 이 아름다운 땅에 사람이 사람을 억압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합시다”라고 말했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구성해 과거 흑인 인권 침해 범죄 사실을 밝히면서도 ‘용서는 하되 잊지는 않는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과거사 관련자를 사면했다.

정작 아내와는 화해하지 못했다. 1992년부터 별거 중이던 만델라 부부는 대통령 취임식에는 함께 참석했지만 취임 2년도 지나지 않은 1996년 3월 20일 공식 이혼했다. 만델라가 78세, 위니가 60세였다. 만델라 측 변호인은 “위니의 불륜 행위와 뻔뻔스러운 사회 활동으로 큰 곤란을 겪어왔다”(1996년 3월 19일 자 11면)고 밝혔다.

1996년 11월 23일자 7면.

1996년 11월 23일자 7면.


만델라와 1958년 결혼한 위니는 남편 투옥 기간 중 흑인 인권 운동을 벌이며 정치적 거물로 성장했다. 27년간 남편을 옥바라지하던 기간 중 불륜과 범죄 의혹에 휘말렸다. 1992년 간통 혐의를 받고 별거에 들어갔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 조사 결과 위니는 ANC 활동을 경찰에 밀고한 이들을 살해·고문하는 등 18건 범죄 혐의도 받았다. 위니는 이혼 후 1950년대 만델라와 함께 살았던 집의 흙을 병에 담아 증명서와 함께 한 병당 11달러에 팔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만델라는 이혼 직후 새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1996년 9월 28세 연하 여성과 열애 중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사모라 마셸 전 모잠비크 대통령과 사별한 그라사 마셸이었다. 만델라는 80세 생일을 맞은 1998년 7월 18일 마셸과 결혼식을 올렸다. 마셸은 이미 1년 전부터 국가 행사와 해외 순방에 함께하며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해왔다.

2013년 12월 7일자 A2면.

2013년 12월 7일자 A2면.


2013년 12월 7일자 A3면.

2013년 12월 7일자 A3면.


만델라는 1999년 5월 대통령에서 퇴임했다. 1996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5년 연임이 가능했고 국민 지지율도 80%에 이르렀지만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만델라는 마지막 국정 연설에서 “쉬어갈 시간이 없습니다. 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보다 나은 삶은 쟁취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아쉬움을 말하면서도 “그러나 젊은이들이 나라와 국민의 미래에 대한 나의 꿈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후배 세대에 기대를 나타냈다.

연설은 유머로 마무리했다. “몇 개월 뒤 나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표지판을 들고 도로 주변에 서 있을 것입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새 아내와 대가족을 거느린 실업자입니다.”(1999년 2월 8일 자 10면)


2013년 12월 11일자 A1면.

2013년 12월 11일자 A1면.


만델라는 존경받는 어른이란 뜻의 ‘마디바’로 불리며 95세 삶을 마쳤다. 2013년 12월 10일 열린 추모식엔 세계 91국 정상이 모였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라울 카스트로는 이날 처음 만나 손을 잡았다.

[이한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