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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돌리는 세계 최대 그린수소 공장… "화석연료만큼 싸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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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돌리는 세계 최대 그린수소 공장… "화석연료만큼 싸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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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농식품부 차관 직권면직…"부당한 권한 행사"
中 엔비전, 네이멍구에서 가동 중
그린 암모니아도 최대 규모 생산
2060 탄소중립 목표에 핵심 역할
그레이수소만큼 저렴한 그린수소
AI 활용해 2028년까지 생산하고
내년부턴 한국 시장도 진출 계획

편집자주

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기술이 패권이 되고 상식이 되는 시대다. 한국일보는 최신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테크 인사이트(Tech Insight)'를 격주 금요일 연재한다.


중국 에너지기업 엔비전이 7월 운영을 시작한 네이멍구 자치구 츠펑시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의 '디지털 컨트럴룸' 내부. 엔비전 제공

중국 에너지기업 엔비전이 7월 운영을 시작한 네이멍구 자치구 츠펑시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의 '디지털 컨트럴룸' 내부. 엔비전 제공


지난달 22일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츠펑시의 한 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 고비사막 가장자리 붉은 모래언덕 사이 덩그러니 놓인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대한 스크린이 나타났다. 화면에는 지구와 네이멍구 지역, 공장과 인근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본뜬 ‘디지털 트윈’이 보였다. 엔지니어들은 지능형 풍력발전기가 실시간 측정한 날씨 정보와 전력 생산량을 지켜보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산량을 최적화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주센터 통제실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은 중국 에너지기업 엔비전이 7월 개소한 ‘츠펑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의 두뇌인 ‘디지털 컨트롤룸’이다. 츠펑 공장은 상업 규모로 가동되는 첫 '오프그리드' 그린 암모니아 생산단지다. 오프그리드란 기존 전력망과 분리돼 독립된 에너지원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츠펑 공장은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 차로 약 90분 거리에 있는, 대형 원전 1기와 맞먹는 설비용량 약 1.2기가와트(GW)의 풍력·태양광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가 공급된다. 현재 1단계 가동 중인 츠펑 공장의 연간 그린 암모니아 생산 용량은 약 30만 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산업 탈탄소 필수 그린수소... 중국 정부 다음 먹거리로



중국 에너지기업 엔비전의 네이멍구 자치구 츠펑 오프그리드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 전경. 엔비전 제공

중국 에너지기업 엔비전의 네이멍구 자치구 츠펑 오프그리드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 공장 전경. 엔비전 제공


세계 2위 풍력기업인 엔비전이 츠펑 공장을 지은 건 청정수소가 산업부문 탄소 감축의 필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는 특히 철강·석유화학·조선 등 전기만으로는 탈탄소가 어려운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다. 철강 분야의 수소환원제철, 조선 산업의 수소 기반 암모니아·메탄올이 대표적인 기술이다. 정유·화학산업의 수소 활용 공정도 현재는 화석연료로 생산한 그레이수소를 쓰지만, 이를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로 대체하면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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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킨 중국은 그린수소를 다음 목표로 삼았다. 2021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제시한 ‘위안왕허추’ 전략이 시작이다. 그간 중국은 풍력·태양광 잠재량이 풍부한 네이멍구 등 중국 북서부 지역에 발전소를 짓고 값싼 전기를 생산했지만, 송전 인프라 부족으로 다른 지역엔 보내지 못하고 버렸다. 남는 전력을 산업에 활용하기 위한 전력망과 저장수단을 확충하자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그린수소는 에너지 저장(추·储)의 핵심 기술이자,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중국 ‘쌍탄(雙炭)’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육성되고 있다.

여전히 비싼 그린수소... 가격 경쟁력 확보 관건


청정수소 확대의 걸림돌은 높은 가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5년도 ‘글로벌 수소 리뷰’는 2030년 청정수소 생산량이 연간 3,700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예측보다 1,200만 톤 줄어든 것으로, 2021년 이후 전망이 축소된 것은 처음이다. IEA는 “청정수소의 높은 가격 탓에 지난해 초기 단계 프로젝트가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린수소의 생산단가는 kg당 약 4,200~1만1,200원으로, 그레이수소(약 1,400~3,500원)의 3배에 달한다.

중국은 이 격차를 가장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저렴한 공급망, 자체 개발 수전해 기술 덕분이다. IEA는 올해 7월 기준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인 수전해 설비의 65%가 중국에 설치됐다며 “중국은 향후 10년 안에 그레이수소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 그린수소를 생산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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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저장 넘어 수요·공급 조절까지


엔비전은 AI 시스템을 활용해 그 시점을 2028년으로 앞당기려 하고 있다. 츠펑 공장에서 활용되는 AI 운영체제 EnOS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가상 풍력발전 시나리오를 학습한 뒤 바람의 속도나 방향, 기상 데이터, 풍력터빈의 실시간 상태를 분석해 향후 발전량을 예측하고 수소 생산량과 배터리 잔량의 균형을 찾도록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자체 개발한 그리드 형성형 ESS는 단순한 에너지 저장을 넘어 발전소처럼 수요·공급을 조절한다. 엔비전은 화웨이 클라우드의 ‘판구-웨더’ 등 AI 기후예측 모델을 바탕으로 자체 모델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프랭크 유 엔비전 부사장이 11월 22일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츠펑시의 오프그리드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 내 클라우드센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엔비전 제공

프랭크 유 엔비전 부사장이 11월 22일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츠펑시의 오프그리드 그린수소·암모니아 공장 내 클라우드센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엔비전 제공


프랭크 유 엔비전 에너지 수석 부사장은 “비용 절감을 위해 발전소와 수전해, 암모니아 합성 등 모든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모듈화했다”며 “여기에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공정 효율화가 뒷받침되면 머지않아 우리 그린 암모니아·수소 단가는 화석연료 기반 제품과 같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저렴한 그린수소는 각국의 탄소중립 기조에 힘입어 세계 시장 선점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엔비전은 올해 하반기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와 그린 암모니아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다. 내년부터는 한국 진출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유 부사장은 “한국은 조선과 철강 부문에서 세계 선도국이며 반도체와 정유화학 분야에서도 그린수소·암모니아 활용 수요가 늘 것”이라며 “우리의 청정에너지 통합 솔루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과 협력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츠펑=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