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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대재해 감축, 예방중심 정책이 답이다

머니투데이 류기정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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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대재해 감축, 예방중심 정책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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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지난 9월 15일 정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대통령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산업안전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 표명은 산업현장에 강력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면허취소 등의 제재안 내용을 접한 기업들은 단순히 규제 대응 차원을 넘어 생존 관점에서 안전강화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책 발표 이후에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 등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처벌을 강화하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한 지 벌써 4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법시행에 따른 산재 감소 효과는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엄벌주의 정책 강화만으로는 더 이상 중대재해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안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제는 처벌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사전예방 중심으로 안전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현장의 현실을 면밀히 진단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예방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고 불명확한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안전규제는 특성상 기술적이고 복잡 방대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령 조문만 1200여개에 달한다. 지켜야 할 규정이 많다 보니 안전업무가 서류작성에 치중될 수밖에 없고, 현장 안전관리가 소홀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모호한 안전규정에 따른 혼란도 지속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산안법상 발주·도급 구별, 원하청의 역할과 책임 등은 기업이 가장 예측·이행하기 어려운 대표 규정이다. 사업장 산재 예방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루속히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국가 산재 예방 사업의 '고비용 저효과'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재 예방과 관련된 예산 및 감독 인력은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다. 문제는 정부의 예산·조직 대폭 확충에도 산재 예방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동안 물량 위주 사업과 일회성 예산 지원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됐다. 사업장 감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부족으로 현장 안전관리 개선보다 처벌에 급급한 법 집행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 인력이 대폭 늘어나면 감독의 질 저하가 더 심해질 것이 우려된다. 정부 산재 예방 예산의 효율적 운영과 규제기관의 전문성 제고, 신뢰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의무가 함께 강조돼야 한다.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보면 근로자의 참여와 권리는 강조된 반면 의무 준수와 관련된 사항은 찾아볼 수 없다. 산재 감소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안전수칙 준수가 함께 이뤄져야 달성될 수 있다. 최근 전남 신안 해상 여객선 좌초사고를 보면 구성원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명백히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안전은 단기간에 사업주 처벌 강화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정부의 실효적 예방 정책 수립, 사업주의 안전보건경영 내실화, 근로자의 적극적 참여와 규정 준수 등 각 주체가 역할과 책임을 다할 때 이뤄질 수 있다. 노사정이 힘을 모아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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