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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高인 광남고에서 2년 연속 수능 만점 나왔다

조선일보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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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高인 광남고에서 2년 연속 수능 만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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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점 결과 발표… 만점 전국 5명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올해 수능 만점을 받은 왕정건 군이 미소짓고 있다. /장경식 기자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올해 수능 만점을 받은 왕정건 군이 미소짓고 있다. /장경식 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4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 과목 만점자가 5명이라고 발표했다. 국어·수학·탐구(2과목)영역에서 한 문제도 틀리지 않고, 절대평가인 영어·한국사 1등급을 받으면 만점이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일반고인 광남고는 3학년 학생 왕정건(18)군이 만점을 받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학교가 됐다.

1년 전 수능 날 왕군은 학교 정문 앞에서 선배들을 응원하며 북을 두드렸다. 당시 3학년 서장협(19·서울대 컴퓨터공학부)군이 만점을 받자, 왕군은 주변에 “저도 서 선배처럼 내년 수능에서 다 맞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 그 꿈이 이뤄진 것이다.

광남중 시절부터 최상위 성적이었던 왕군은 특목고·자사고 대신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광남고를 택했다. 일반고지만 우수 학생이 많이 모여 있어 면학 분위기가 좋았고, 등하교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공부하는 게 낫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왕군은 다른 학생보다 일찍 학교에 와서 홀로 1~2시간씩 자습했다. 아침 6시에 등교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엔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또 공부했다.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학교 수업 후 학원에 갔는데, 학원 수업 후엔 다시 학교에 돌아와 자습했다. 이런 공부 패턴으로 고교 3년간 전교 1등을 거의 놓치지 않았다. 지난 8월엔 건강에 문제가 생겨 큰 수술을 받고 한 달간 입원했다. 그때도 ‘공부를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 1시간씩은 병상에서 공부했다.

왕군은 “시험이 어려워서 만점 나올 줄은 몰랐는데 결과가 좋았다”면서 “평소 잠을 충분히 자고, 깨어 있는 시간에 집중한 결과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고 말했다.

왕군은 수시 모집에서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 등 의대 6곳에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의사를 꿈꾸게 된 건 중학생 때 분쟁이 잦은 중동 지역 참상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다. 폭격당한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가 죽고, 제때 치료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들이 눈을 감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그때 ‘전 세계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의료 봉사를 하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국제 봉사를 하려면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외국어 공부도 꾸준히 했다. 현재 중국어·아랍어·프랑스어 회화에 능통하다.


왕군은 “의대에 가면 응급의학과를 전공하겠다”면서 “국제 봉사를 가기 전엔 강원도의 접경 지역 같은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겠다”고 말했다.

광남고는 매해 우수한 대입 실적을 내고 있다. 서울·연세·고려대와 의학 계열(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합격자(재수생 포함)가 2023학년도 60명, 2024학년도 72명, 2025학년도 61명씩 나왔다. 학생을 선발하는 특목·자사고가 아닌 일반고가 이런 실적을 내는 것은 드물다.

이런 우수한 대입 결과를 내는 요인으론 교사들의 노력과 우수한 학습 환경이 꼽힌다. 광남고 자습실은 밤 12시까지 개방한다. 교사들은 9시까지, 이후엔 광남고 출신 대학생들이 감독을 맡는다. 최재일 교장은 “학교는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광남고는 학생들의 수시 경쟁력을 갖춰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번 학기 프로그램은 ‘독서 토론’ ‘수학·과학 융합 특강’ ‘신문 기사 요약하고 생각 쓰기’ ‘천문 관측’ 등 17개다. 이런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기 때문에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등에서 유리하다.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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