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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폭풍 소셜미디어, 낮엔 꾸벅꾸벅… ‘슬리피 트럼프’ 또 건강 논란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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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폭풍 소셜미디어, 낮엔 꾸벅꾸벅… ‘슬리피 트럼프’ 또 건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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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노화 못 이겨” 의혹 제기
3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 /UPI 연합뉴스

3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 도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 /UPI 연합뉴스


79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이 미 정치권의 화제로 떠올랐다. 취임 1년도 안 돼 공개 일정이 줄고 공식 석상에서 조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측근들은 트럼프처럼 주말마다 골프를 즐기고 새벽까지 일에 몰두하는 대통령은 없었다며 적극 반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저녁부터 자정까지 약 5시간 동안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160개가 넘는 게시물을 연달아 올리며 ‘폭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서진이 대신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다음 날 정오가 돼서야 시작된 첫 일정인 국무회의에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거나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생중계 화면에 여러 차례 포착됐다. 취임 시점(2025년 1월) 기준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트럼프가 밤늦게까지 소셜미디어에 몰두하느라 무리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AFP 연합뉴스국무회의 중 조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 도중 왼손 두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댄 채 눈을 감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각료들의 보고가 이어질 때마다 눈을 감은 채 10~15초간 움직이지 않으면서 건강 이상설에 불을 붙였다.

AFP 연합뉴스국무회의 중 조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 도중 왼손 두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댄 채 눈을 감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각료들의 보고가 이어질 때마다 눈을 감은 채 10~15초간 움직이지 않으면서 건강 이상설에 불을 붙였다.


최근 몇 달간 트럼프는 백악관 행사나 해외 순방 도중 졸음을 이기지 못해 비몽사몽인 듯한 표정으로 반복해서 사진에 찍히고 있다. 업무 시작 시각이 점점 늦어지고 행사 때마다 트럼프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이 거듭 노출되고 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도 결국 노화에 직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검푸르게 멍든 손등과 발목 부종이 사진에 포착돼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고, 이후 트럼프가 며칠간 공개 일정 없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온라인에서는 트럼프 사망설까지 돌았다. 백악관은 손등의 멍은 잦은 악수와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발목 부종에 대해선 “70세 이상에서 흔한 만성 정맥 부전”이라고 했다.

트럼프 측은 ‘노화’ 지적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3일 뉴욕의 한 행사에서 건강 이상설을 “100%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며 “지난주에만 새벽 2시에 두 번이나 대통령 전화를 받았고 어제는 3시간 동안 국무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주치의도 트럼프가 지난 10월 군 병원에서 심혈관계와 복부 MRI 검사를 받았으며 결과는 “완전히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4월에 연례 건강검진을 받고 6개월 만에 다시 MRI를 촬영한 이유에 대해 주치의는 “예방적 목적이며 전반적 건강 상태는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MRI 촬영 사실을 즉시 공개하지 않았고, 검사 이미지도 제공하지 않은 점이 의문을 키웠다. 미국에선 일반 건강검진 과정에 MRI를 포함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아 “뭔가 숨기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뒤따랐다.


트럼프의 건강 문제는 미국을 넘어 세계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핵무기 통제권을 가진 최고위 의사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체력과 판단 능력은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및 경제 정책 수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역사에서는 대통령 건강이 국가 운영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우드로 윌슨(재임 1913~1921)은 두 번째 임기 중인 191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신체 일부가 마비됐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퇴임 때까지 윌슨의 아내가 사실상 대통령 업무를 대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널드 레이건(재임 1981~1989)은 퇴임 후 5년 만에 알츠하이머병 진단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임기 중에도 기억력 감퇴 등 의혹이 제기됐다. 조 바이든(재임 2021~2025) 역시 잦은 실족과 말실수 장면들이 노출되며 인지력 논란을 겪었고 이는 재선 도전 포기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강행군을 소화하는 모습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월 약 24시간에 걸친 이스라엘·이집트 순방 때는 자정 너머까지 언론과 여러 차례 즉석 질의응답을 진행하면서도 피로한 기색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을 방문했을 땐 일정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가자마자 백악관으로 직행해 곧바로 핼러윈 행사를 주재하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층은 이런 장면을 ‘괴물 체력’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미 정치권에서는 트럼프가 바이든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 활용했던 ‘고령·건강 프레임’이 트럼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조롱했던 트럼프가 최근 비슷한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이제는 트럼프가 ‘졸린 트럼프’가 됐다”는 역풍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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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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