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납치한 2명 北 수용소 보내… 저항하면 테러리스트로 낙인”
러시아는 “대피시킨 것” 주장
러시아는 “대피시킨 것” 주장
3일 미국 워싱턴 DC 상원 예산위원회 산하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 소속 법률 전문가 카테리나 라셰프스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에 관한 증언을 하고 있다. 이날 라셰프스카는 우크라이나 아동 최소 2명이 북한 수용소로 강제 이송됐다고 증언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러시아군에 의해 납치된 우크라이나 소년·소녀들이 북한 수용소로 이송돼 반미·반일 사상을 주입당하는 등 강제 동화 교육을 받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4일 미 상원 예산위원회 청문회 기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 소속 법률 전문가 카테리나 라셰프스카는 전날 청문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군에 납치된 소년·소녀 최소 2명이 북한 수용소로 강제 이송됐다”고 했다. 그는 “점령된 도네츠크 지역 출신 12세 미샤와 심페로폴 출신 16세 리자는 고향에서 약 9000㎞ 떨어진 북한 송도원 수용소(camp)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송도원은 강원도 원산의 해안가에 위치한 곳으로, 국제소년단 야영소(camp)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북한이 교류를 확대하면서 작년 7월부터 매년 여름 러시아 청소년들이 이곳을 방문했는데, 같은 장소를 의미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청소년·아동 납치 문제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부터 줄곧 지적돼 왔지만 이 중 일부가 북한으로 강제 이주됐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지역인권센터에 따르면 아동들은 ‘희망의 열차’라는 프로그램 등으로 점령지와 러시아·벨라루스·북한 등에 강제 이송되는데, 대부분 러시아 가정에 위탁되거나 입양된다. 러시아는 또 최소 165개의 재교육 시설을 운영하며 군사화·러시아화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를 납치가 아닌 ‘대피’라고 주장하고 있다.
납치된 소년·소녀들이 수용소 생활 중 반일·반미 사상 세뇌를 받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라셰프스카는 “아이들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파괴하라’는 교육을 받고, 푸에블로호를 공격했던 북한 ‘참전 용사’를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1968년 원산 앞바다에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해 시신 1구를 포함해 승조원 83명을 11개월간 억류했다. 라셰프스카는 “러시아화에 저항하는 아이들은 극단주의자,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힌다”며 이들이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거나 민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도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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