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도면엔 정체불명 밀실 다수
현지선 “반중 인사 가둘 감옥”
중국은 “승인 지연은 불합리”
현지선 “반중 인사 가둘 감옥”
중국은 “승인 지연은 불합리”
중국이 영국 런던에 지으려는 새 대사관 건물 조감도./CBRE |
중국 정부가 영국 런던 템스강변에 초대형 ‘수퍼 대사관’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런던 한복판에 중국 비밀 요새를 지으려는 것이냐”는 시민 반발을 의식해 계속 퇴짜를 놓고 있다.
3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중국의 수퍼 대사관 건립 계획 승인을 최근 보류했다. 중국은 2018년 템스강변의 옛 왕립조폐국 건물과 부지 약 2만㎡(6050평)를 2억5500만 파운드(약 501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2022년 이 자리에 유럽에서 가장 큰 중국 대사관을 짓겠다고 신청했다. 그러나 관할인 런던 타워햄릿 구의회는 안전·보안, 교통 혼잡, 관광 악영향 등을 우려하며 신청을 7대 0으로 기각했다.
그래픽=이진영 |
영국 런던의 심장부에 중국의 호화 대사관이 들어오는 데 대한 영국인들의 거부감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매입한 땅은 영국의 전성기였던 19~20세기 초 금화 등 화폐를 제조했던 왕립조폐국 자리다. 타워 브리지, 런던탑 등 명소와 100~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이 계획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노동당 소속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전화로 “대사관 신축을 허가해달라”고 직접 요청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 달 뒤 나온 구의회 결과는 똑같았다. 영국 주택부는 구의회 의견을 반영해 지난 8월, 10월 그리고 이날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계획 승인을 보류했다.
영국 현지에선 “런던탑 인근에 중국이 거대한 ‘간첩 요새’를 지으려 한다”거나 “중국이 비밀 감옥을 설치해 반중 인사들을 잡아 가둘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8월 중국이 제출한 건축 도면 상당 부분이 ‘보안상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며 회색으로 칠해져 있거나, 지하에 정체불명의 밀실이 다수 설계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 반중 캠페인을 하는 홍콩의 인권운동가들은 “우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공개 보고서에서 “영국의 감독을 받지 않는 이 대규모 건물은 중국 정보기관에 수많은 간첩 활동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건물이 런던의 대규모 통신망과 근접해 있어 영국뿐 아니라 미국과 파이브 아이즈 동맹과의 정보 공유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이곳 지하에는 세계 금융 중심지 ‘시티오브런던’과 ‘카나리워프’를 잇는 핵심 광섬유 케이블이 지나간다.
하지만 스타머가 내달 방중 때 시진핑에게 ‘대사관 승인’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3일 “승인 지연은 완전히 불합리하다”며 “심각한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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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원선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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