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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서 묻어두자”… 장기 투자 상품 된 ‘오타니 카드’

조선일보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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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서 묻어두자”… 장기 투자 상품 된 ‘오타니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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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만 161억원어치 팔려
온라인 마켓 사이트 ‘이베이’에서 1090만달러(약 161억원)를 기록하며 스포츠 카드 사상 월간 최고 기록을 세운 오타니 카드(왼쪽) 와 지난 10월 미국 LA의 한 스포츠 카드 전문 매장에서 오타니 카드를 산 소년(오른쪽)/게티이미지코리아

온라인 마켓 사이트 ‘이베이’에서 1090만달러(약 161억원)를 기록하며 스포츠 카드 사상 월간 최고 기록을 세운 오타니 카드(왼쪽) 와 지난 10월 미국 LA의 한 스포츠 카드 전문 매장에서 오타니 카드를 산 소년(오른쪽)/게티이미지코리아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올 시즌 MLB(미 프로야구) NLCS(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선발 투수로 나와 6이닝 10탈삼진의 역투를 펼치는 동시에 타석에서는 홈런 세 방을 몰아치며,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원맨 쇼’를 완성한 것이다. 올가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連覇)를 이끌며 높아진 그의 위상은 스포츠 카드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3일(현지 시각)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지난 10월 온라인 마켓 사이트 ‘이베이’에서 오타니 카드의 월간 거래액이 1090만달러(약 161억원)를 기록하며 스포츠 카드 사상 월간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톱스(Topps)가 제작하는 스포츠 카드 수집 문화가 세대를 넘어 확고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선수 사진과 이름이 들어간 이 카드는 NBA, NFL, UFC 등 다양한 종목의 수퍼스타를 여러 형태로 제작해 판매하며, 스타의 인기와 희소성, 발매 연도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미국 스포츠 카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5억5500만달러(약 8160억원)로 추정되며, 전문 수집가와 투자자의 유입이 늘면서 10년 뒤에는 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은퇴 선수는 신규 카드 발매가 거의 없어 온라인 시장에서 더욱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데, NBA 전설 마이클 조던(62)의 카드는 여전히 시장에서 압도적인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포스트시즌에서 오타니가 보여준 역사적인 퍼포먼스는 시장의 판도까지 바꿔놓았다. 그의 카드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며 조던의 기록을 넘어 월간 거래액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스포츠 카드 월 거래액이 1000만달러를 넘어선 사례도 오타니가 처음이다. 이 기간 1만달러(약 1470만원) 이상에 거래된 오타니 카드만 50장이었고, 5000~1만달러대 카드도 325장에 달했다. 새로 발매하는 기본 카드 가격은 보통 8.99달러다. SI는 “현역 선수의 카드가 이처럼 폭발적인 거래량을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오타니의 활약이 수집가와 투자자의 수요를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오타니가 MLB 무대에 데뷔한 2018년에 발매된 친필 사인 카드는 3만5700달러(약 5300만원)에 거래됐다. 스타 선수의 루키 카드 자체가 귀한 데다, 여기에 유니폼 패치나 친필 사인이 포함되면 그 가치는 더욱 크게 뛰어오른다. 2024시즌 MLB 신인왕을 차지한 폴 스킨스의 경우에도 데뷔전 유니폼 패치와 친필 사인이 동시에 담긴 단 1장의 톱스 카드의 가치가 10만달러(약 1억473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스킨스는 데뷔 2년 차인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오타니는 스포츠 카드 분야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이 크다. 이날 톱스는 SNS를 통해 “단 1장만 제작된 오타니의 황금 로고 패치 친필 사인 카드의 주인이 드디어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 미네소타의 한 남성과 그의 두 아들이 저녁 식사 후 들른 가게에서 우연히 구매한 카드 팩 속에서 오타니의 2024시즌 내셔널리그 MVP 패치와 친필 사인이 담긴 초희귀 카드가 나온 것이다. 톱스는 “현재 발매된 오타니 카드 중 가장 희소한 카드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카드는 4일부터 경매에 부쳐졌는데, 그 결과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 카드 역대 최고 낙찰가는 NBA 2007-2008시즌 종료 후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실제 착용한 유니폼 패치와 두 선수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특별 카드로, 지난 8월 1293만달러(약 190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2022년 1260만달러(약 186억원)에 낙찰된 뉴욕 양키스 미키 맨틀의 1952년 친필 사인 카드를 뛰어넘은 역대 최고가다. 오타니의 친필 사인과 유니폼 패치가 담긴 카드 가치는 30년 후엔 어디까지 오를까. 수집가들이 오타니 카드에 열광하는 이유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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