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 새로 들어선 젠틀몬스터 사옥은 마치 이질적인 생명체가 도시 한가운데에 내려앉은 듯한 강렬한 인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반응은 극과 극이다. 누군가는 이를 ‘브루탈리즘 건축’이라 부르지만, 과연 이 건물이 진정 브루탈(brutal)한가?
브루탈리즘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무너진 도시를 빠르게 재건해야 했던 시대의 양식이다. 외장 마감재 없이 거칠고 투박하게 드러난 노출콘크리트, 불필요한 장식을 철저히 배제한 순수한 형태, 기하학적이고 육중한 덩어리감 속에 실용성과 효율성을 담아낸 건축. ‘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béton brut)‘에서 비롯된 이 말은, 때때로 ‘브루탈’이라는 영어 단어와 혼동되어 ‘잔혹한 건축’이란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젠틀몬스터 사옥 앞에 서면, 나는 이 건물이 그 전형에 속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노출 콘크리트 표면은 거칠기보다 매끈하고 섬세하다. 건축물의 하중을 견디는 구조재마저 장식처럼 밖으로 내밀며, 실용의 언어보다 형태의 언어를 당당히 말하고 있다. 그것은 기능을 넘어, 하나의 조형물로서 서 있는 건축의 자부심처럼 느껴진다.
브루탈리즘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무너진 도시를 빠르게 재건해야 했던 시대의 양식이다. 외장 마감재 없이 거칠고 투박하게 드러난 노출콘크리트, 불필요한 장식을 철저히 배제한 순수한 형태, 기하학적이고 육중한 덩어리감 속에 실용성과 효율성을 담아낸 건축. ‘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béton brut)‘에서 비롯된 이 말은, 때때로 ‘브루탈’이라는 영어 단어와 혼동되어 ‘잔혹한 건축’이란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젠틀몬스터 사옥 앞에 서면, 나는 이 건물이 그 전형에 속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노출 콘크리트 표면은 거칠기보다 매끈하고 섬세하다. 건축물의 하중을 견디는 구조재마저 장식처럼 밖으로 내밀며, 실용의 언어보다 형태의 언어를 당당히 말하고 있다. 그것은 기능을 넘어, 하나의 조형물로서 서 있는 건축의 자부심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나는 이 건물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척박한 대한민국 건축의 토양에서, 이렇게 낯설고도 대담한 건축물이 피어난 일은 기적에 가깝다. 그 뒤에는 건축가의 끈질긴 상상과 비전, 그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낸 의뢰인, 그리고 그 방대한 구상을 현실로 옮긴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설계자 김찬중 건축가는 이미 울릉도의 코스모스 호텔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신소재 FRC(섬유보강 콘크리트)를 구조재로 과감히 도입했던 그 건물은, 당시 한국 건축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번 성수동 젠틀몬스터 역시 그 연장선에서, 또 한 번 한국 건축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그래서 그가 앞으로 어디를 향해 발걸음을 옮길지 더욱 기다리게 된다. 분명 또 한 번의 낯설고도 아름다운 충격일 것이다.
[민서홍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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