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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형 충전소, 로봇 충전… 첨단 수소 기술 엿본다

조선일보 고양=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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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형 충전소, 로봇 충전… 첨단 수소 기술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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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
4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WHE) 2025’ 현장. 주차된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 옆으로 높이 1m쯤 되는 로봇 한 대가 다가왔다. 차량 근처에서 이 로봇은 약 30㎝ 길이의 얇은 팔을 길게 충전구 쪽으로 뻗더니, 닫혀 있는 덮개를 열었다. 그리고 수소 충전기를 가져다 연결했다. 충전기에 달린 센서와 AI 기술로 차량 충전구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해 직접 충전을 하는 것이다. 충전까지 걸린 시간은 50초에 불과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수소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을 이날 처음으로 시연한 장면이었다.

WHE는 2020년 시작한 국내 수소 산업 전시회 ‘H2 MEET’와 지난해부터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수소 국제 컨퍼런스’를 통합해 올해 처음 열린 수소 산업 박람회다. 올해 행사는 한국·독일·호주·중국 등 26국 기업과 국제기구 279곳이 참가했다. 주제는 ‘수소 개척자들’(Hydrogen Pioneers). 친환경 흐름 속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 중심 산업을 지금부터 키우겠다는 뜻이 담겼다. 수소 생산부터 저장과 운송, 활용까지 모든 밸류 체인을 망라하는 최신 기술이 이날 한자리에 모였다.

◇움직이는 충전소로 넥쏘 ‘풀충전’

이날 전시회에서는 수소 충전 로봇을 비롯해 그간 확충이 더디다는 지적이 잇따랐던 충전 인프라 관련 기술들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충전 편의성이 높아져야 수소차를 포함한 관련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개발한 ‘이동형 수소 충전소’가 대표적이다. 부피가 큰 수소를 압축해 저장·냉각할 수 있는 핵심 설비들을 약 13t 규모의 트레일러 한 대에 모두 탑재한 형태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원스톱 미니 충전소’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충전량이다. 이전에 있던 이동식 충전소는 압축 용기 제작 기술의 한계로 수소차 ‘넥쏘’ 한 대를 50%까지만 충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압축된 수소의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으면서도 크기도 작고 가벼운 용기와 파이프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넥쏘 한 대를 가득 충전할 수 있는 ‘고압’ 이동형 충전소가 개발됐다.

첫 고압 이동식 충전소는 경기 성남 정수장에 설치된다. 이 밖에 굳이 충전 설비를 설치하지 않고도 고압 수소 탱크를 건전지 갈듯이 교체하는 ‘교환식 수소 저장 시스템’, 핵심 설비를 컨테이너 하나에 담아 설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패키지형 수소 충전소’도 함께 소개됐다.

◇세계 최대 규모 수소 엔진도 개발

수소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HD현대의 계열사 HD건설기계는 이날 행사에서 22L급의 발전용 대형 수소 엔진 ‘HX22’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압축된 수소를 엔진 내에서 공기와 혼합시킨 후 불을 붙여 발생하는 에너지로 엔진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방식은 내연 기관과 비슷하지만 연료가 수소라서 ‘무탄소 친환경 엔진’으로 분류된다. 수천L의 수소로 200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조만간 실증 단계에 돌입할 계획이다.


코오롱그룹의 소재·부품 분야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습도 조절 장치’를 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2013년부터 현대차 넥쏘에 공급되고 있는 제품이다. 이 회사가 만든 연료전지용 습도 조절 장치는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의 코오롱스페이스웍스는 자체 개발한 탄소 섬유로 만든 54L 수소 연료탱크를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승용차·상용차를 넘어 군사용 수소 전술 차량과 수소전기 보트, 농업용 수소전기 트랙터 등도 선보였다.

[고양=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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