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응원봉 걸스
희주·일석·구구 지음
클레이하우스 | 324쪽 | 2만원
희주·일석·구구 지음
클레이하우스 | 324쪽 | 2만원
12·3 불법계엄 이후 광장은 K팝 응원봉으로 빛났다. 2030 여성 청년들은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빛나는 것을 들고 광장에 나섰다. 자유를 빼앗길 뻔했다는 불안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용감히 밀어낸 것이다. 세 저자는 모두 오랜 K팝 팬이다. 희주는 올해 젊은작가상과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다. 일석은 K팝 관련 뉴스레터의 발행자, 구구는 시민단체 활동가다. 하지만 무명의 시민으로 나선 광장에서 이런 직업적 정체성은 중요치 않다. 이들은 철저히 ‘응원봉 시민’ 당사자의 시선에서 다른 응원봉 시민 6명과 대화를 나눈다. 인터뷰이들은 가수 NCT, 르세라핌, 샤이니, 다크비, 더보이즈, 아이유의 팬이다.
12·3 불법계엄 1년을 1주일 앞둔 지난달 26일 여의도·광화문·한남동 관저·남태령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 참가해 온 성윤서씨가 서울달을 타고 국회를 향해 응원봉을 들고 있다. 한수빈 기자 |
“해찬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줄게.” 한 NCT 팬이 윤석열 퇴진 집회 사진과 함께 엑스에 올린 화제의 문장이다. 광장의 ‘밈’이 되어 패러디 깃발이 많았던 이 문구처럼, ‘최애’의 얼굴을 떠올리며 광장에 나선 이도 있다. 한편 K팝 곡이 흘러나오는 시위 풍경에 ‘한번 가볼까’ 하고 심리적 문턱이 낮아졌다는 이도 있다. 좋아하는 가수가 정작 탄핵 정국에 침묵할 때 실망하다가도, 괜히 정치와 잘못 ‘얽히지’ 않기를 바라는 복잡한 마음도 있다.
‘누군가의 팬’이라는 사실은 이들의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일 뿐이다. ‘빠순이’라 불리며 폄하되었던 이들은 청년 여성이자 또 다른 정체성을 지닌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말한다. 대화는 정치 현안부터 팬덤 문화, K팝의 착취적 구조까지 넘나든다. 응원봉의 모양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을 메웠음을 느끼게 된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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