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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 '트럼프 관세' 줄소송… 베선트 "정책 포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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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 '트럼프 관세' 줄소송… 베선트 "정책 포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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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 보장 목적, 대법 위법 판결 ‘베팅’
정부는 불복 의지 “다른 법 활용 가능”


2일 미국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의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매장 앞을 고객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2일 미국 창고형 할인마트 코스트코의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매장 앞을 고객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불법으로 판결한다는 예상에 베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돌려받을 권리의 보장을 요구하는 줄소송이 증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그러나 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행정부 방침을 확인했다.

관세는 수입업자 부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상호관세 위법성을 심리 중인 대법원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한테 불리한 판결을 내리고 수입품에 물린 관세를 반환하라고 할 것으로 내다본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소송과 이의 신청에 나서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창고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가 대표적이다. 해당 업체는 지난달 28일 자국 국제무역법원(USCIT)에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에서 부과·징수한 모든 관세를 무효화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지금껏 납부한 관세를 전액 환급받을 기업의 권리가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보장해 달라는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코스트코뿐만 아니다. 화장품 제조업체 레블론컨슈머프로덕트, 자동차부품 공급업체 발레오노스아메리카, 선글라스 브랜드 레이밴 등을 보유한 글로벌 안경 업체 에실로룩소티카, 오토바이 제조업체 가와사키, 참치 통조림 식품업체 범블비푸드 등이 최근 비슷한 소송을 냈다. 전날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는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환급 소송을 건 업체가 70여 곳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소송 대신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이의 제기를 하거나, 경영난 타개 목적으로 관세 환급권 매각을 추진하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CBP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미국 내 수입업자들이 IEEPA에 따라 납부한 관세는 900억 달러(약 133조 원)에 달했다. NYT는 “코스트코의 제소에는 관세로 인한 재정 부담이 백악관 측 주장과 달리 대부분 외국인이 아니라 미국 수입업자의 몫이라는 현실이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곱게 돌려주겠나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3일 미 뉴욕타임스(NYT)가 미 뉴욕시 링컨센터에서 주최한 ‘2025 딜북 서밋’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3일 미 뉴욕타임스(NYT)가 미 뉴욕시 링컨센터에서 주최한 ‘2025 딜북 서밋’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물론 소송을 통해서만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98년 미국 대법원이 수출세 무효화 판결을 내렸을 당시 미 정부는 잘못 걷은 세금에 이자를 붙여 기업들에 체계적으로 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관세를 순순히 돌려주지 않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관세 수입을 정부 부채를 갚는 데 쓰거나 미국인들에게 나눠 주겠다고 약속했다. 기업들이 관세 환급 권리 보장 청구에 나서는 배경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 위법 판결이 나오더라도 불복할 공산이 크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NYT가 주최한 ‘2025 딜북 서밋’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무역법 301조와 122조,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법을 활용해 상호관세와 동일한 관세 구조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가 해당 관세 조치를 영구적으로 시행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영구적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의 심각한 무역 적자가 국가적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4월부터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 권한을 부여한 IEEPA 조항을 근거로 무역 상대국에 국가별 관세 성격의 상호관세를 부과해 오고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