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KDDX 사업 2년 가까이 지연…"'철 지난 구형 구축함' 오명 뒤집어 쓸 수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요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선도함을 건조할 업체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t(톤)급 최신형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과열 경쟁을 벌인 데 더해 정부의 부실한 사업 관리로 일정이 2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3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는 오는 4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 등을 논의한다. 분과위는 지난달 14일 선도함 건조를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하고 한화오션을 일부 협력시키는 방안을 올렸으나 민간위원 동의를 얻지 못했다.
민간위원 일부는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이 있었음에도 기본설계 입찰을 강행했다며 수의계약 대신 경쟁입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방사청과 또다른 민간위원은 더이상 KDDX 사업이 지연돼 전력화에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DDX 소요는 2011년 11월 제기·확정됐다. 통상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어지는데, 1단계인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맡았다. 2단계인 기본설계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 간 HD현대중공업이 진행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분쟁 타임라인 /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
그러나 기본설계 과정이었던 2022년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이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촬영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때부터 양사의 법적 분쟁이 이어졌고 사업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며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방사청은 현재 해군의 조속한 전력화 요구를 맞추려면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를 맡는 게 적합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분과위에서 컨센서스(consensus·의견일치)가 불발돼 내년으로 또 의사결정을 넘길 경우 사업은 2년 넘게 지연된다.
사업 지연으로 해군의 전력화 차질 우려는 물론 수출에도 타격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 초 상세설계 업체가 결정돼 2030년대 초반 전력화가 되더라도'2010년식 아날로그 구축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국의 최신 함정들이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것과 다른 구형 개념이기 때문이다.
부석종 전 해군참모총장은 "KDDX 운용이 2031년쯤 이뤄진다면 '철 지난 구형 구축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다"며 "시간과 비용이 추가 소요될 수 있지만 현재 KDDX의 노후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1년 정도 추가 시간을 들여 최신화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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