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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미투자 ‘달러 실탄’ 긴급 수혈…외평채 한도 50억달러로 증액

매일경제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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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미투자 ‘달러 실탄’ 긴급 수혈…외평채 한도 50억달러로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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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자금 외환보유액 편입돼
금융위기 후 60억弗 이래 최대


정부가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한도를 대폭 확대해 외환보유액 확충과 내년 대미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섰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한도를 대폭 확대해 외환보유액 확충과 내년 대미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섰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에 사상 두 번째로 많은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할 전망이다. 외환보유액을 확충해 내년부터 본격 집행될 연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자금 마련을 지원하고, 원화가치 하락 시 외환시장 개입 여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를 통과한 ‘2026년도 예산안 본회의 수정안’은 예산총칙에 기재된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한도를 당초 14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3.5배 증액했다. 한꺼번에 달러나 유로 등으로 발행하는 외평채 발행 한도를 36억달러나 증액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물론 야당과 야당 모두 외화 외평채 발행 한도 확대에 동의했다”면서 “예산총칙 수정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평채는 원화표시와 외화표시 두 종류로 구분된다.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외평채를 발행하고, 조달한 자금을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 운용에 투입한다.

원화표시 외평채로 마련한 자금은 원화 강세가 과도할 때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해 원화가치를 조정하는 데 사용된다. 달러·유로·엔화 등으로 조달하는 외화표시 외평채는 용도가 다르다. 발행된 자금은 대부분 외환보유액으로 편입된다. 외환당국은 원화가치가 급락할 경우 외환보유액 중 일부를 시장에 매도해 원화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다. 한국은행은 매 분기 말 직전 분기의 시장 개입 내역을 공표하고 있다.

정부가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한도를 대폭 확대해 외환보유액 확충과 내년 대미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섰다. 사진은 기획재정부.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한도를 대폭 확대해 외환보유액 확충과 내년 대미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섰다. 사진은 기획재정부. [사진 = 연합뉴스]


내년 외화 외평채 발행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0억달러 이후 17년 만에 최대다. 당시 한도는 높았지만 실제 발행은 크게 못 미쳤다. 외화 외평채 발행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이다. 당시 40억달러에 달했다. 내년에 한도만큼 발행할 경우 사상 최대 외화 외평채 발행이 된다.


외평채 발행을 크게 늘리기로 한 까닭은 외환보유액을 확충해 시장 개입 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운용수익을 늘려 내년부터 시작될 대미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연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자금을 외환보유액 운용수익과 한미전략투자기금 채권 발행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외평채가 한미전략투자기금 채권보다 금리 부담이 낮을 수 있다는 점도 외평채 확대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일각의 우려도 정책 판단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는 견해차가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산정 방식을 적용하면 필요 규모는 약 5200억~7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을 확충해야 대외 충격 발생 시 대응 여력이 커진다는 의미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06억6000만달러로, 전달 대비 18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5월 말 4046억달러까지 감소한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으며, 2022년 8월(4364억3000만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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