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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친대만' 리투아니아 압박한 中 상대 WTO소송 포기…배경은?

연합뉴스 인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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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친대만' 리투아니아 압박한 中 상대 WTO소송 포기…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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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SCMP 보도…"분쟁 통해 지향했던 EU의 핵심 목표 충족돼"
리투아니아, 타이베이 대표처로 변경·대중 무역액 일부 회복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유럽연합(EU)이 '친(親)대만' 리투아니아에 보복한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을 포기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는 27개 회원국에 배포한 성명에서 리투아니아 문제로 오랜 기간 중국과 벌여온 분쟁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고 밝혔다.

2021년 12월 폐쇄된 주중 리투아니아 대사관[홍콩 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021년 12월 폐쇄된 주중 리투아니아 대사관
[홍콩 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U는 WTO 분쟁을 통해 지향했던 핵심 목표가 충족돼 소송 포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구 288만여명의 소국 리투아니아가 2021년 11월 수도 빌뉴스에 '대만대표처' 설치를 허용한 데 대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분쟁이 본격화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의 일부로 여기면서 필요시 무력 통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의식해 여타 EU 회원국들은 수도 명칭을 사용해 '타이베이 대표처'를 설치한다. 그러나 리투아니아는 다른 행보를 보였고, 그걸 본보기 삼은 중국이 공격에 나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소련에 합병돼 침탈을 경험한 뒤 1990년 3월 독립한 리투아니아는 그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EU에 가입했다. 과거 외세 침탈 경험 때문인지 대만에 우호적이다.


아울러 리투아니아는 정밀 레이저 기술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보유한 대만과 협력이 긴밀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리투아니아의 대만대표처 설치 직후인 2021년 12월 자국 내 리투아니아 대사관의 전 직원을 본국 송환토록 했다. 통관 단계에서 리투아니아산은 물론 리투아니아산 부품이 들어간 유럽 제품의 중국 유입을 차단했다. 기술 교류 협력도 중단했다.

이때 EU가 나섰다. 회원국의 무역정책을 관장하는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을 WTO에 제소했다. 중국의 행위가 WTO 규정에 어긋난 압박과 협박이며, 그로 인해 유럽 기업들의 활동이 큰 제약을 받는다고 봤다. EU는 중국의 리투아니아 경제 보복을 EU라는 단일 시장에 대한 공격으로 여겼다.


EU는 이어 2022년 12월 WTO에 중국과의 분쟁 해결을 위한 패널 설치를 공식 요청했다. 협의 절차를 거쳐 원만한 합의를 모색했으나 불발됐다고 보고, 재판부 성격이 있는 패널을 통해 시비를 가리는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패널 시비 단계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중국 당국은 리투아니아와 외교 관계 격하를 인정하면서도 경제 보복으로 여겨질 만한 수입 중단 등의 조치들에 대해선 극구 부인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민이 리투아니아산 구매를 꺼렸을 뿐 정부 당국이 금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이 때문에 WTO 패널에서 중국 정부가 각 기업에 리투아니아산을 공급망에서 빼라고 요구했는지를 포함한 각종 조치에 대해 EU가 관련 증거를 제시하고 증명하도록 요구했으나, EU는 그러지 못했다.


급기야 WTO 패널에 중국의 대(對)리투아니아 경제 보복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 EU는 지난해 1월 소송 절차를 1년간 중단하자고 요구했으며, 1년의 중단 기간이 지난 후 소송이 재개됐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EU의 WTO 제소 이후, 중국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는커녕 친밀 행보를 보이면서 EU-중국 관계는 악화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과 리투아니아 간에 외교관계는 물론 경제 관계가 회복하면서 상황이 호전됐다.

우선 지난해 5월 리투아니아가 사실상 중국 요구를 수용해 자국 주재 '대만 대표처' 명칭을 '타이베이 대표처'로 바꿨다. 중국의 지속적인 요구와 압박을 리투아니아가 수용한 것이다.

주 리투아니아 대만 대표처 표기[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 리투아니아 대만 대표처 표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상황에서 올해 1∼10월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보면 리투아니아산의 중국 수입은, 양국 갈등이 본격화한 2022년 1∼10월과 비교할 때 156% 증가했다.

아울러 중국 수출길이 막혔던 리투아니아 기업들도 EU로부터 1억4천만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받아 대체 시장을 확보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중국과 리투아니아 간 외교·경제 갈등이 해소되면서, 중국을 상대로 한 EU의 WTO 제소 포기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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