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폴란드 총리 “독일, 나치 생존 피해자 지원 서둘러야”

한국일보
원문보기

폴란드 총리 “독일, 나치 생존 피해자 지원 서둘러야”

서울맑음 / -1.7 °
독일과의 관계 고려해 언급 자제했던
투스크 총리 "당시 국민 발언권 없어"
우파 대통령 강조하자 의식한 듯


프리드리히 메르츠(오른쪽) 독일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일 베를린에서열린 제17차 독일-폴란드 정부 협의회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오른쪽) 독일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일 베를린에서열린 제17차 독일-폴란드 정부 협의회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독일 정부를 향해 “나치 만행에서 살아남은 피해 생존자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달라”며 배상을 촉구했다. 친유럽연합(EU) 성향의 투스크 총리는 그간 독일에 대한 나치 피해 배상 요구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취임한 민족주의 역사학자 출신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배상 문제를 띄우며 여론전에 나서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민족주의 우파 정당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았고 투스크 총리는 시민연합(PO) 소속이다.

1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이날 양국 정부 간 회의차 베를린을 방문한 투스크 총리는 독일에 “생존 피해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진심으로 이 조치를 원한다면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독일 정부로부터 명확한 설명을 신속히 듣지 못하면 폴란드가 자체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압박했다.

지난해 7월 올라프 숄츠 총리 재임 시절 독일 정부는 폴란드 내 나치 피해자 지원을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별 진전이 없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독일∙폴란드 화해 재단에 따르면 1년 전 당시 6만 명이었던 생존자는 현재 5만 명으로 줄었다.

이에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독일은 역사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나치 피해 배상이 법적으로 종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폴란드에선 2015년 집권했던 법과정의당이 2022년 전쟁피해보고서를 발간해 나치 피해 배상금을 1조3,000유로(약 2,220조 원)로 책정하면서 배상 문제가 양국의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독일은 폴란드 공산당이 청구권을 포기했다고 주장했지만 폴란드는 1953년 배상면제협정이 소련(러시아)의 강압에 의한 것으로 무효라는 입장이다.

2023년 집권 후 독일과의 관계를 고려해 배상 문제 언급을 꺼렸던 투스크 총리는 이날 “당시 폴란드 국민은 발언권이 없었으므로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다”며 강경하게 나왔다. 지난 7월 공개된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폴란드 국민 58%가 ‘독일에 전쟁 배상금을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