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지지한 우파 아스푸라, 온두라스 대선 개표 초반 선두

30일(현지시각) 온두라스 대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수도 테구시갈파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손가락에 잉크가 묻은 모습을 보여주는 대선 후보들. 왼쪽에서부터 우파 성향의 나스리 티토 아스푸라, 좌파 성향의 릭시 몬카다 후보 그리고 중도 성향의 살바도르 나스라야 후보. AFP 연합뉴스

중미 온두라스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밝힌 우파 야당 후보가 개표 초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우파 출신 전직 대통령 사면 의사를 밝힌 지 며칠 만에 이뤄졌다.

30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과 스페인어 일간지 엘 파이스 등에 따르면 온두라스 선거관리위원회(CNE)는 이날 밤 약 34%의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우파 성향인 국민당의 나스리 티토 아스푸라 후보가 40.63%(53만73표)를 얻으며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 뒤를 이어 중도 성향 야당인 자유당 소속의 살바도르 나스라야 후보가 38.78%(50만6316표) 득표율을 보였다. 좌파 성향 집권당인 자유와 재건당(리브레당) 소속의 릭시 몬카다 후보는 19.59%(25만5972표)에 그쳤다. 온두라스는 인구 1천만명 가운데 약 650만명이 유권자로 등록돼 있다. 온두라스 선거법에 따라 대통령은 결선 없이 단순 다수득표제로 선출된다.

세 후보는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각각 20∼30%대 지지율을 보이며 접전을 벌였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스푸라 후보는 기업인 출신으로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시장(2014∼2022년)을 역임했고, 나스라야 후보는 유명 방송 진행자 출신으로 과거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가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현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몬카다 후보는 소셜 미디어에 “전국 여론 조사 결과가 훌륭하다. 우리는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초기 개표에서는 열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고 엘파이스는 보도했다.

세 후보는 공약에서도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몬카다 후보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경제 민주화를 외친 반면, 아스푸라 후보는 정치권에 만연한 부패 척결과 친기업 정책을 약속했다. 치안과 관련한 범죄율 경감 대책에 대해서는 모두 법치 회복과 군·경 역량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에이피는 유세 과정에서 공약보다는 상대방의 선거 부정 의혹 가능성을 비난하는 데 후보들이 더 집중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온두라스 대선 유세 막바지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우파 아스푸라 후보 공개 지지는 중남미 내정간섭 논란을 또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트루스소셜에 “난 온두라스 국민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하고, 티토 아스푸라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마약 밀매 유죄로 45년 형을 받고 미국에 복역 중인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전 대통령(2014∼2022년 재임)을 사면하겠다고도 했다.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우파 국민당 소속이었고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바 있다. 이어 “만약 그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잘못된 지도자는 어느 나라든 그 나라에 파국적인 결과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좋은 돈을 나쁜 뒤를 쫓아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온두라스에 대한 지원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온두라스에 1억9300만달러(약 290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원조 삭감 기조에도 올해에만 1억200만 달러 이상을 보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에 ‘내정 간섭’ 논란을 일으킬 만큼 우파 세력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보내왔다. 최근 아르헨티나 중간 선거 때도 우파 정당 승리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지원과 지지를 약속했고, 우파 정권이 집권한 엘살바도르와 에콰도르에도 정책·재정적 지원을 보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투표를 시작한 온두라스 유권자들은 128명의 국회의원도 선출한다. 현 국회 지형은 여소야대로 야당 연합 의석은 3분의 2에 달한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내란 종식 그날까지, 다시 빛의 혁명 ▶참여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