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트럼프, 마약 단속 아닌 석유 장악 노려” 베네수엘라 대통령, 미·중 외면하자 산유국에 SOS

경향신문
원문보기

“트럼프, 마약 단속 아닌 석유 장악 노려” 베네수엘라 대통령, 미·중 외면하자 산유국에 SOS

서울맑음 / -1.7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의 군사적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리는 것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장악”이라며 산유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등이 베네수엘라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자 새로운 동맹 전선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우니베르살은 30일(현지시간)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석유부 장관이 이날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위원회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서한을 대독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하이탐 알 가이스 OPEC 회장과 OPEC, OPEC+ 회원국을 수신인으로 한 서한에서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에 치명적인 군사력을 사용해 광대하게 매장된 석유를 탈취하려 한다”며 “이러한 의도는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 안정성과 국제 시장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 에너지 시장의 균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여러분의 최선의 노력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카리브해에 군함을 파견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 “베네수엘라 영공을 폐쇄한 것으로 간주하라”고 경고한 다음 날 이 서한을 보냈다.

베네수엘라는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태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양국은 베네수엘라에 군사·경제 지원을 추가로 하진 않았다. 유럽연합(EU) 등 서방국은 미국의 카리브해 군사작전이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대선 결과 조작 의혹을 받는 마두로 정권과도 갈등하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미국의 군사작전이 인권 문제를 넘어서 ‘자원 전쟁’에 해당한다는 프레임을 씌워 새로운 반미 전선을 구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OPEC 회원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의 우려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 매장량 전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자원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군사작전을 실시하며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를 장악하고 있는 군부 핵심 인사들은 원유 생산과 유통을 통제하면서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고 있다. 군부는 마두로 정권을 좌우하는 ‘실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마두로 대통령과 통화할 때 그에게 사임을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지 마이애미헤럴드는 미국 측이 마두로 대통령에게 즉각 사임하고 베네수엘라를 떠날 것을 요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사면권 보장과 군부 통제권 유지 등 조건을 내걸었고,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마이애미헤럴드는 전했다.

대니얼 리트빈 런던정경대 그랜텀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베네수엘라에서) 미국 주도의 정권 교체가 일어나면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 연료 개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증가는 유가 상승을 억제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