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의장 |
AI(인공지능)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는 더이상 단순한 서버창고가 아니다. 전력을 공장 수준으로 소비하는 거대한 전력수요처이자 기업 전체 탄소배출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AI기업들이 화석연료 기반의 전기보다 재생에너지를 우선 구매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력조달 방식이 기업의 책임성과 경쟁력을 규정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전력확보가 국가적 이슈가 되면서 "태양광 전기는 불안하다"는 말도 반복된다. 그러나 이는 전기공급의 안정성과 전기조달 방식을 혼동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먼저 VPPA(Virtual Power Purchase Agreement·가상전력구매계약)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과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전력이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다. 그럼에도 현행 RE100 등 글로벌 기준에서는 VPPA만으로도 '100% 재생에너지 조달' 선언이 가능하다. 이는 전기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전력을 구매했다고 인정할 것인가'라는 회계·계약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VPPA 때문에 전력 안정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은 전기요금 자동이체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바꿨다고 정전이 날까 걱정하는 것과 같다.
온사이트 PPA(부지연계형 PPA)도 본질은 같다.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태양광이 설치돼 있어도 정상적으로 설계된 데이터센터의 전력 안정성은 계통전력과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 system·무정전 전원장치), 비상발전기가 책임진다. 온사이트 태양광은 운영전력을 직접 대체하기보다는 사용전력의 탄소를 상쇄하는 오프셋(offset)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하루 일조량의 변화가 서버실 운영에 직접적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기술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사실은 온사이트 태양광이 데이터센터 전력의 100%를 담당한다는 전제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24시간 상시부하를 가진 데이터센터 전력은 구조적으로 계통이 기본이며 흐린 날 발전량이 줄어도 부족분은 즉시 계통전력이 보충한다. 정상설계된 환경에서 일조량과 데이터센터 운영 리스크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반대로 VPPA는 생산지와 사용지가 물리적으로 연결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100% 재생에너지 조달전략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AI기업들이 VPPA 중심으로 이동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AI데이터센터가 직면한 진짜 과제는 전기품질이 아니라 전력 공급량 확보다. 이 관점에서 가장 빠르고 현실적으로 확산 가능한 전원은 태양광이다. 설치속도, 경제성, 확장성 모두에서 대안이 없다. 여기에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배터리저장장치)가 결합하면 단기 변동성마저 충분히 보완된다.
재생에너지가 불안한 것이 아니다. 불안한 것은 기술적 사실을 흐리는 오해다. 전기의 품질은 설계와 운영이 결정하고 전기의 출처는 계약과 선택이 결정한다. 이 단순한 분리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AI 시대의 에너지 전략을 비로소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의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