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판 타우러스 첫 공개 “공군에 새 전략자산과 임무 부과”

사거리 500㎞ 넘는 공대지미사일
평양 상공서 서울·평택 타격 가능
딸 주애, 3개월 만에 공개 활동

지난 28일 북한 공군 창설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공개된 신형 공대지미사일(오른쪽 아래). 외형이 한국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독일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와 유사하다./조선중앙TV

북한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판 타우러스’ 등 신무기를 공개하고 나섰다.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8일 북한 공군 창설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고 보도하며 공군 무기 체계를 대거 공개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새로운 전략적 군사 자산들과 함께 새로운 중대한 임무가 부과될 것”이라며 “공군이 핵전쟁 억제력 행사에서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가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수호이(SU)-25 전투기에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장착돼 있다. 북한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형이 우리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독일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KEPD 350)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인 타우러스는 500㎞ 이상 떨어진 목표물을 정밀 유도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 군은 타우러스로 대전 상공에서 평양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도 비슷한 미사일로 평양 상공에서 수도권 및 평택·오산 일대 주한 미군 기지 등을 타격할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또 미그-29에 공중 발사 후 빠른 속도로 활강하며 정밀 타격이 가능한 활공정밀유도탄을 장착한 모습을 공개했다. 그 외형은 미국의 SDB-2와 닮았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중에는 미그-29에 독일의 IRIS-T와 유사한 외형을 지닌 단거리 공대공미사일로 보이는 신형 공대공미사일이 장착된 것도 있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북한 당국이 독일 방산업체를 해킹해 IRIS-T를 복제 개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지난 28일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열린 북한 공군 창설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지난 5월 실사격 훈련에 성공했다고 한 신형 중거리 공대공미사일도 재차 공개했다. 러시아 수송기를 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중 조기경보 통제기, 미국의 최첨단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호크의 외형을 빼닮은 ‘샛별 4형’, 미국의 다목적 무인기 MQ-9 리퍼와 비슷한 ‘샛별 9형’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무기 공개는 북한이 한국군과 격차가 큰 공군 전력의 현대화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타우러스급 무기의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재래식 무기 개발·제조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공대공미사일 및 GPS·광학 유도체계 탑재 폭탄은 개발이 어렵다. 한국도 타우러스급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자체 개발하고 있지만, 전력화는 2030년대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현재까지 북한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정황은 한미 군사 당국에 포착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개발 진척 수준이나 실제 성능에 대해서는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더라도 순항미사일 특성상 한미 방공 시스템인 패트리엇과 천궁-Ⅱ 등을 통해 요격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정은과 딸 주애가 검정 가죽 롱코트 차림으로 함께 참석했다. 주애는 올 9월 김 위원장의 방중에 동행한 이후 한동안 공개 석상에 보이지 않다가, 약 3개월 만에 공식 행보에 나섰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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