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휴대전화에 김건희 여사 전화번호를 ‘김안방’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해 둔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김안방’은 ‘안방마님’의 줄임말로 보인다. 이런 사실은 조은석 내란 특검이 박 전 장관과 김 여사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 수색해 통화 내역, 메시지 등을 확보하면서 확인됐다고 한다.
조은석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이 김 여사 관련 사건 수사 등과 관련해 긴밀히 소통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 검찰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등 부정한 청탁을 받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한 것으로 의심한다.
박 전 장관은 작년 2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런데 박 전 장관 취임 석 달 후인 5월 2일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할 전담팀 구성을 지시했다. 이틀 뒤인 5월 4일 윤 전 대통령은 박 전 장관과 1시간 15분가량 통화했다. 다음 날인 5월 5일에는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에게 “김혜경·김정숙 여사 수사는 왜 잘 진행이 안 되냐”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나”라는 장문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그해 5월 12일엔 윤 전 대통령이 박 전 장관에게 네 차례 전화해 총 40여 분간 통화했다. 그 이튿날인 13일 법무부는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을 전원 교체했다. 5월 15일에는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이 박 전 장관에게 ‘이원석 총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반발해 김 여사 수사를 지시했고, 그 직후 수사 지휘부가 교체됐다’는, 똑같은 내용의 ‘지라시’를 보냈다. 그러자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해 약 15분간 통화했다. 결국 작년 10월 중앙지검은 김 여사의 명품백 사건과 주가조작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조은석 특검팀은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이 ‘정치 공동체’로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1994년 대구지검에 초임 검사로 부임했을 때 선배 검사로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다. 윤 전 대통령이 과거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을 수사할 때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를 ‘경제 공동체’로 규정했던 것을 조은석 특검이 차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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