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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오염이 심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 규칙적인 운동이 주는 건강상 이점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덴마크·중국·대만·호주 공동 연구진은 세계 각국에서 10년 이상 추적 관찰한 15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는 전체 사망률, 특히 암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대한 규칙적인 운동의 보호 효과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지름 2.5마이크로미터(PM 2.5) 이하인 초미세먼지 농도에 주목했다. 이는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작아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침투해 혈류에 실려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 (마이크로(μ)는 100만분의 1을 뜻하는 접두어다)
연구진은 연평균 PM 2.5 농도가 25㎍/㎥ 이상일 때 운동이 주는 건강상의 이점이 뚜렷하게 약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병원 공공 진료센터 홍윤철 교수팀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시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23.5㎍/㎥였다. 이번 연구의 위험 기준 이하였으나 환경부 기준치(15㎍/㎥)를 크게 웃돌았다.
연구를 주도한 대만 국립중흥대학교 포웬 쿠(Po-Wen Ku) 교수는 “대기가 오염된 환경에서도 운동은 여전히 이롭지만, 대기질이 개선되면 운동으로 얻는 건강 효과는 훨씬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주요 결과
7건의 기존 연구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일주일에 2시간 30분(150분) 이상 중강도 또는 고강도 운동을 한 사람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연구 기간 내 사망 위험이 30% 낮았다.
하지만 이러한 고 활동 그룹이 초미세먼지 농도 25㎍/㎥ 이상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운동으로 인한 위험 감소 효과가 12~15%로 절반 수준으로 약화했다.
특히 PM 2.5가 35㎍/㎥ 이상이면 운동의 이점이 더욱 낮아졌으며, 특히 암 사망 감소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
연구 결과는 의학저널 BMC 메디신(BMC Medicine)에 게재됐다.
대기 오염이 건강에 악영향 미치는 기본 메커니즘
최근 대규모 연구와 메타 분석들은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수록 규칙적인 운동의 보호 효과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결과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운동 중에는 평소보다 호흡량과 심박수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오염된 공기를 더 많이 들이마시게 되어 폐·혈관·심장에 더 많은 미세먼지가 쌓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염증, 산화 스트레스, 혈관 자극, 혈압 변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나쁜’ 날, 운동 할까? 말까?
공기 질이 나쁠 때,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실외에서 오래 격렬하게 운동할 경우 유산소 운동의 장점이 줄어들거나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가 여럿 있다. (오염 수준이 낮거나 보통이면 운동의 이점이 여전히 크다는 결과도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은 실외 운동을 자제하는 게 권장된다. 운동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실내 운동으로 대체하면 된다. 단, 대기오염 물질이 실내로 유입될 수 있으므로 공기 정화 등 실내 공기 질에도 신경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외 활동을 포기하기 싫다면, 오염 정도에 따라 강도와 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거리를 줄이고 강도를 낮추는 식이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186/s12916-025-04496-y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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